한때 시공능력순위 4위까지 오르며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한축을 담당했던 포스코건설이 추잡한 비리 의혹을 드러내며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 검찰로부터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비리 의혹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임원 10여명이 협력업체로부터 자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한때 포스코그룹 2인자로 군림했던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것 같다. 아직도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고 있고 비리사슬이 얼마나 더 밝혀질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 정권 바뀌자 드러난 초라한 실적
이처럼 최근 위기에 봉착한 포스코건설의 실적을 살펴보면 암담하기만 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이 양호했지만, 포스코건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1분기 적자를 낸 곳은 포스코건설이 유일하다. 홀로 적자전환하며 실적악화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1분기 366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 1분기에는 11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3000억원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잘나가던 시기인 지난 2012년과 비교하면 더욱 참담하다. 지난 2012년 한해 동안 포스코건설은 순이익 279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순이익 727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과 비교해 4분의 3을 까먹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불과 2~3년 만에 포스코건설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포스코건설의 영업기반이 그룹과 정권에 의지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그동안 성장한 데는 지난 정권의 봐주기가 한몫 했을 것”이라며 “특히 과거 MB정권의 특혜 덕분에 포스코건설이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MB정권이 들어서기 이전인 지난 2007년에 3조468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MB정권이 끝나는 시점인 2013년 10조1314억원의 매출을 올려 6년 만에 회사 규모가 3배 가까이 커졌다.
이처럼 한 정권 아래서 급성장한 포스코건설은 이 기간 동안 각종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에 휘말렸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양재동에 2조4000억원짜리 국내 최대 복합유통사업단지를 짓는 ‘파이시티’ 사건이다. 애초 이 사업은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았지만 지난 2010년 이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0년 8월 채권단은 시행사 파산신청을 냈고, 2011년 1월 파이시티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같은 해 5월 채권단은 시공사 재선정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13개 대형 건설사가 입찰했다. 하지만 지급보증도 하지 않은 포스코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자연스레 ‘MB 정권의 실세로부터 특혜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생겼고 사전에 이미 포스코건설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보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시공사가 대출지급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 '단골'
그렇다면 과연 포스코건설과 관련된 비리의혹이 MB정권 때만 있었을까. 아니다. 포스코건설은 부동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2000년대 이후 수많은 의혹을 받아왔다. 사실 포스코건설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포스코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고 철강 플랜트를 수주하던 비교적 덩치가 작은 자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건설·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각종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 분당 백궁·정자지구에 지어진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용도변경·특혜분양 의혹이다. 지난 2002년 시행사인 에이치원개발과 위탁관리사 생보부동산신탁, 시공사였던 포스코건설·SK건설 등이 분당 파크뷰 449가구를 사전 분양해 논란이 된 이 사건은 사전분양 물량 일부가 정관계 유력 인사에 제공됐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또한 지난 2005년에는 경기도 오포 고산지구 아파트 개발 관련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애초 아파트 개발이 불가능한 고산지구 일대 땅이 택지지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정부와 지자체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송도신도시와 관련된 특혜의혹도 있다. 미국 게일사가 외자를 유치해 송도신도시를 개발한다고 했지만 포스코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국내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다.
◆ 그룹서 일감 몰아주지 않으면 ‘속빈 강정’
포스코건설이 급성장한 것은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의 그룹사 의존도는 지난 2013년 기준으로 51.6%를 기록해 국내 대형건설사 중 가장 높다.
이는 포스코건설의 사업형태를 보면 잘 나타난다. 다른 대형 건설사의 경우 대부분 해외사업 비중이 국내사업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스코건설은 국내사업 비중이 훨씬 크다.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9조5806억원인데, 국내 법인에서 거둔 매출액이 8조5621억원이다. 그 다음으로 액수가 많은 동남아·중남미 법인은 각각 7226억원, 4270억원에 불과했다.
시공실적도 마찬가지.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7조5147억원의 시공실적을 거뒀는데 국내 도급공사에서만 절반을 크게 웃도는 4조322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해외 도급공사는 2조4284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포스코건설은 지난 10여년 동안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며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로 인해 지난 정권과의 각종 비리가 들춰지고, 그룹의 존립마저 흔들리는 처지가 됐다. 포스코건설은 과연 지난 2013년의 '상처뿐인 영광'과 시련을 딛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