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도개선이 외제차 손해율 개선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량가액이 조정되면 외제차의 보험료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가는 돈이 줄어드는 만큼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어 손해율 인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 외제차 기준가액↓… 보험료↓
금융당국은 이달 초 현장점검반 건의사항에 대한 회신결과를 발표했다. 당국은 보험업권의 124건 건의사항 중 51건을 수용하고 36건은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27건은 추가 검토 중이다.
보험업권의 주요 수용사안은 자동차보험 차량기준가액표 개선이다. 차량기준가액표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적정한 보험가액을 정하고 사고 발생시 손해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자료로 보험개발원이 산정한다.
요지는 이렇다. 통상 외제차는 국산차에 비해 가치감소가 더 빠르다. 그런데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표상에는 외제차와 국산차의 감가상각기준이 동일하다. 내용연수도 15년으로 같다. 이처럼 외제차와 국산차와 동일한 감가율을 적용하다보니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외제차가격 대비 차량가액이 고평가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대형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 기준 가액표가 아닌 자체 기준표를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차량기준가액표에 없는 차량에 대한 가액 산출기준조차 없어 이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혼란을 야기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개발원과 협의해 연말까지 수입 차량의 내용 연수를 조정하고, 차량기준가액표에 없는 차량에 대한 요율적용 방법 등을 마련키로 했다. 수입 차량의 차량기준가액이 조정되면 향후 차령(차의 나이)이 오래된 차량일수록 보험금 지급액이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외제차 차량기준가액표에서 감가상각기준이 변동되면 외제차 보험료도 떨어진다. 차량기준가액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기준가액이 올라가면 보험료도 올라가고, 반대로 낮아지면 보험료도 인하된다. 보험료가 떨어지면 보상한도금액도 낮아진다. 보험사 입장에선 지금보다 적은 돈이 나가지만, 들어오는 보험료도 줄어드는 셈이다.
◆ “보험사기 기승 외제차, 수리비·렌트비 상한선 도입 시급”
일각에서는 고평가된 외제차 기준가액을 낮출 필요는 있지만 손해율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제차 가격이 워낙 고평가돼 민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보험료가 인하된다면 손해율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라면서 “높은 외제차 수리비와 렌트비용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데, 당국이 합리적 수준의 수리비와 렌트비 지급방안을 내놓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제차 운전자가 내는 보험료는 전체의 11%에 불과하지만 외제차에 쓰이는 수리비는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제차 수리비 증가에 따라 지난해 자동차보험손해율은88.3%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자동차 보험금 지급 기준 개선책과 함께 자동차 렌트비(대차료)와 수리비 합의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제차 중 연식이 오래된 차 종류 중 차량기준가액표에서 없는 것들이 있어 합리적인 기준을 검토하고,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 작업 후 외제차 가격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라면서 “합리적인 렌트비와 수리비 수준을 책정하기 위해 과거 판례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