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i8. 아직 ‘대중화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친환경’과 ‘연비’를 강조하는 최근 자동차시장에서 제조사들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 순수 전기차(EV)처럼 전기를 직접 충전할 수 있기에 연비가 비약적으로 높은데다 아직 전기차 인프라가 대중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PHEV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PHEV를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모델’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제조사들은 PHEV 자체의 ‘재미’를 찾고자 노력했다. BMW가 만들어진 i8의 탄생배경도 이렇다. 경제성보다는 ‘PHEV만의 재미’를 보여준다.
물론 대중차는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에 배정된 200대가 모두 팔렸기 때문. 2억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처음 국내 배정됐던 100대가 출시와 동시에 동나 100대를 추가배정 한 바 있다. 기자는 지난 4일 BMW 연례 시승행사에 참여해 강원도 홍천에서 서울까지 구간에서 i8을 시승했다.
◆미래에서 온 디자인
처음 마주한 i8, 디자인만 본다면 여러 PHEV 스포츠카 모델 중 가장 눈에 띄는 모델이다. 84만5000달러(한화 약 9억8358만원)에 판매된 포르쉐 918 스파이더보다 ‘PHEV스러운’ 느낌이 강조됐다. 미래지향적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다. 마치 모터쇼에 출시하는 ‘콘셉트카’의 느낌이다.
실제로 i8은 영화에 등장한 콘셉트카를 현실화 한 차다. BMW는 지난 2011년 영화 <미션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에서 등장한 i8을 그모습 그대로 양산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4>에 등장한 모습.
i8은 ‘스포츠카’답게 극단적으로 무게중심을 낮췄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이 커 보인다. BMW 특유의 키드니 그릴이 전면 중앙부에 배치된 가운데 양 측면의 헤드라이트가 그릴과 비슷한 간격으로 있어 마치 4개의 그릴이 달린 듯한 인상이다.
범퍼와 후드, 사이드 스커트에 각기 다른 색상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색상 조화 없이 블랙으로만 배색된 모델보다 색상이 있는 모델이 더욱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하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 요소들은 어딘가 숨겨진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차 문부터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스트림플로우’라인이 인상적이고 리어램프 상단의 빈 공간(에어덕트)에서는 SF영화에서나 보던 불꽃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해보기도 했다.
i8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일단 차 문을 열어봐야 한다. 시저도어, 즉 위로 열리는 형태의 문은 스포츠카에 가지는 ‘로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일반 양산차를 바라보던 기준으로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이러한 시도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BMW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해외모델과 비교했을 때 국내 모델에 한가지 아쉬운점이 따른다. 바로 헤드램프인데, BMW 7시리즈를 통해 국내 첫선 보인 레이저라이트는 국내 i8에서는 볼 수 없다. i8 국내출시 당시 국내 자동차법규상 레이저 라이트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인데 내년부터 들어올 모델에는 레이저라이트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섰다. 사실 올라 탔다기 보다는 내려앉는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그만큼 차체가 낮다. 인테리어는 독특하지만 외관만큼 ‘파격적’이지는 않다. 첨단느낌을 주는 계기판 스크린이 가장 인상깊은데,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마치 게임처럼 배경색상이 바뀌며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뒤에도 2명의 좌석이 있지만 탑승할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다.
차체가 낮은 탓에 운전석에 앉기는 굉장히 힘들지만 막상 앉으면 편하다. 버킷 시트가 몸을 감싸준다.
i8 실내.
◆PHEV ‘밀당’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자 전자음이 시동이 켜졌음을 알린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니 아무 소리 없이 미끄러져간다.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은 생각보다 부드럽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는 방지턱을 경계하느라 조심스러웠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해 악셀을 힘껏 밟아보니 가속성능이 수준급이다. 조용하던 저속주행과 달리 날카로운 엔진음도 들려온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다른 차가 된다. 계기판 화면이 주황색 빛으로 변하는 것부터 달라져 무섭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생소한 주행감이 가속감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들어줬다.
i8은 1.5ℓ 3기통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행한다. 1.5ℓ엔진이 우습게 보일 수 있지만 엔진성능만 최고 출력 231마력, 최대 토크 32.6㎏·m에 달한다. 이 엔진이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후륜에 동력을 전달한다.
i8 구동 시스템.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31마력(96kW),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전륜에 공급하는데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 달리 모터에도 독립적인 자동변속기가 있다. 이 둘을 합한 출력은 362마력에 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물론 ‘슈퍼카’라고까지 하기엔 다소 아쉬운 수치지만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슈퍼카에 준하는 드라이빙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어떤 차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독특한 주행감’이다. 다른 PHEV 스포츠카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밀고 당기기를 가장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차는 단연 i8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