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 로고 및 유사사이트. /사진=밤토끼 유사사이트 캡쳐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가 지난달 22일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5억79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운영자는 검거됐지만 콘텐츠 불법복제로 인한 수천억원대 손해와 트래픽 감소가 웹툰업계를 관통했다. 음지에서 활동하는 '제2의 밤토끼' 때문에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콘텐츠산업의 중추로 올라선 웹툰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산업 규모는 2013년 1500억원 규모에서 올해 5097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추정치에 웹툰 1차 판매분과 2차창작물 및 해외수출까지 더할 경우 8800억원을 넘어선다. 불법복제 피해가 없었다면 1조원시장 진입이 한층 빨라졌을지 모른다.
◆밤토끼 지나간 자리, 상처만 남았다
밤토끼 운영진은 2016년부터 자동추출 프로그램으로 웹툰 8만3347편을 복사해 무단 게재했다.
웹툰업계는 밤토끼의 존재를 인지했을 때부터 당국에 고소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그러나 밤토끼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대포폰·대포통장·암호화폐 등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까닭에 검거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그 사이 웹툰업계가 입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네이버·다음웹툰 등 포털업계는 물론 유료웹툰 플랫폼까지 급격한 트래픽 감소가 발생했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약 300만명의 이용자가 빠져나간 반면 밤토끼는 국내 홈페이지 트래픽 순위 13위에 오를 만큼 '대박'을 쳤다. 시장조사업체 웹툰가이드가 조사한 지난해 홈페이지 트래픽을 살펴보면 밤토끼는 1년간 41억뷰를 기록해 전체 불법웹툰 사이트의 81.87%를 차지했다. 막대한 트래픽을 올린 밤토끼는 여기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40여곳의 배너를 게재하는 대가로 약 9억5000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표=머니S 유료웹툰 플랫폼은 직격탄을 맞았다. 불법복제 사이트 때문에 상품판매량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이용빈도마저 줄었기 때문.
투믹스는 자체 추정 피해액을 약 5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산정 근거는 불법복제한 웹툰의 조회수를 코인 객단가로 환산한 수치다. 지난해 피해규모는 400억원에 달하며 올 상반기 피해액도 120억원에 육박한다. 상반기는 불법웹툰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면서 피해규모를 줄였다.
웹툰업계는 콘텐츠의 무한한 가치를 감안할 경우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단위가 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강태진 웹툰가이드 대표는 "웹툰 불법복제로 지난 4월 한달만 2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며 "해당 기간 국내 58개 플랫폼에서 불법복제된 웹툰만 3133개로 이 중 레진코믹스가 최대 피해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작가들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트래픽과 결제액으로 고료를 산정받는 일부 작가들은 밤토끼가 등장하면서 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토로한다. 여기다 작가들의 창작 의지도 꺾는 등 무형의 피해도 어마어마하다는 평가다.
유료웹툰 플랫폼에서 연재를 진행중인 한 웹툰작가는 "불법복제 사이트에 올라온 내 작품을 보면서 웹툰작가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꼈다"며 "밤토끼 구속으로 걱정을 한시름 덜었지만 여전히 불법사이트가 판치다 보니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자체 대응책 강화, 말 못할 사정도
각 플랫폼은 밤토끼 사건 이후 단속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2차 피해를 막고 작가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자체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
투믹스는 불법웹툰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핫라인을 구축해 의심되는 사이트를 즉각 제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보호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심 사이트의 접속차단을 요청하고 사이트 폐쇄 심사 등을 진행한다.
다음웹툰은 지난 5월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에 가입해 불법 콘텐츠의 지속적인 삭제를 요청하는 데 주력한다. 현재 COA 회원사는 레진코믹스,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지상파 방송사, JTBC 등 콘텐츠를 취급하는 주요 업체들이다.
기술적인 시스템도 구축했다. 콘텐츠 복제 등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계정을 차단하고 불법사이트에 업로드하는 유저를 특정해 형사고소하는 '와치타워' 시스템이다. 부정사용자가 아닐 경우 고객센터에 문의해 차단을 해제할 수 있다. 불법사이트가 다음웹툰 이미지를 가져갈 수 없도록 만드는 ‘이미지 크롤링 방지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다음웹툰 관계자는 "와치타워의 경우 내부 모니터링 후 자체 고소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며 "앞으로 와치타워가 불법 웹툰사이트를 제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웹툰업계가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말 못할 사정도 남아있다. 밤토끼를 통해 불법사이트를 인지한 이용자들이 유사업체로 빠르게 유입됐기 때문이다. 불법사이트 이용자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어 제2의 밤토끼에 트래픽이 집중된다는 우려가 커졌다.
밤토끼가 폐쇄됐지만 여전히 웹툰 불법복제는 성행하고 있다.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불법복제된 웹툰 수는 3642개로 환산피해액만 1433억5000만원에 달한다. 해당기간 피해를 본 업체는 39개로 전체 플랫폼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웹툰플랫폼 관계자는 "밤토끼를 비롯해 많은 유사사이트를 적발했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며 "최근엔 밤토끼를 자처한 유사 사이트까지 등장했지만 선뜻 공격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사사이트가 유명세를 업고 이용자를 끌어모아 배너수익을 올리면 밤토끼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예의주시하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