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플랫폼비즈니스가 IT기술과 만나 로켓엔진에 점화한 듯 비상 중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형성된 초기 쇼핑플랫폼에서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서비스플랫폼 형태로 진화를 거듭한 것. 전세계적으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거대 플랫폼을 등에 업고 공룡사업자로 성장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바야흐로 플랫폼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머니S>는 진화하는 플랫폼시대 이면에 자리잡은 독과점의 폐해와 탈플랫폼을 외치는 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또 전문가들에게 플랫폼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플랫폼 권력] ① 기업 성쇠 '내 손 안에 있소이다'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다. 최근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되기도 한다. 플랫폼은 쉽게 말해 서로 다른 두 집단을 연결하는 수단이자 접점을 말한다.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을 연결한다. 나아가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과 직원을 구하는 기업이 만나는 형태도 갖출 수 있다.


플랫폼은 오래전부터 비즈니스의 일환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은 플랫폼의 원형이었으며 머무를 곳이 필요한 사람과 빈방을 빌려주는 사람은 부동산 중개업소를 플랫폼으로 삼아 거래를 진행했다. 최근 플랫폼은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기존과 다른 형태의 플랫폼들이 온라인상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글·애플의 힘 플랫폼

플랫폼 비즈니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은 2000년대 초반 IT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부터다. 네트워크의 구축이 용이해지면서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쇼핑산업의 발달로 초창기 쇼핑 플랫폼의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있다는 의미의 ‘오픈 마켓’으로 불리면서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이 대표적인 오픈 마켓이다. 이들은 개인 혹은 소규모 판매업체가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고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면서 발달했다.

쇼핑 플랫폼의 성공에 주목한 기업들은 여러 형태의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인터넷에서 뉴스와 웹툰 등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플랫폼’이 2000년대 중후반 등장하면서 플랫폼의 형태가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전세계에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스마트폰 앱은 플랫폼산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양한 플랫폼이 각종 앱의 형태로 사용자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앱 자체도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의 손으로 퍼져나갔다.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되면서 플랫폼의 영향력 혹은 플랫폼 보유 여부는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됐다.

일례로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애플과 구글에 주도권을 넘겼다. 북유럽 IT업계의 최강자 노키아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 기업들의 차이는 바로 플랫폼의 유무였다. 최병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MS와 인텔은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플랫폼 경쟁력 하락으로 고전 중”이라며 “플랫폼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태티스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1, 2위를 차지한 기업은 구글과 애플인데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자체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다. 3위를 차지한 아마존, 5위의 텐센트 역시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 브랜드가치 5대기업 가운데 4위 MS만 유일하게 플랫폼사업에서 고전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플랫폼 강화를 주창하며 산업 전방위에서 경쟁을 펼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2018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 /자료=스태티스타
이들이 거두는 매출도 상당하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이를 증명한다. 2012년 4534억원이었던 카카오 매출은 지난해 1조9723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으며 네이버 역시 같은기간 1조7987억원에서 4조6785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11월 초 현재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각각 7조9600억원과 18조71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흐름은 플랫폼사업 성장에 따라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애플리코는 2040년엔 S&P500 기업의 절반이 플랫폼에서 매출의 절반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AI·자율주행차 미래 플랫폼산업 핵심

미래의 플랫폼산업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AI는 산업 전반에 활용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플랫폼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AI는 서로 다른 성격의 플랫폼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랫폼 위의 플랫폼’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플랫폼산업의 성패는 AI에 달려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애플,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대부분의 플랫폼기업은 AI를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는 양상이다.

자율주행차는 수집된 데이터를 소비하는 소비 플랫폼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라베이스는 2060년에는 자율주행차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시장규모가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플랫폼산업은 세계시장에서 한걸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에서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데 국내 플랫폼사업은 내수에만 한정된 경향을 보인다”며 “글로벌 역량을 키워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기술력이 해외기업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기업을 따라잡을 여력은 충분하다”며 “문제는 이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6호(2018년 1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