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미지투데이 |
#2. 2주택자 김모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가 인상되기 전 집 한채를 팔기로 하고 부동산에 내놨다. 하지만 번번이 오는 연락은 집값을 1000만~2000만원 깎아줄 수 있냐는 문의뿐이었다. 그동안 낸 대출이자와 세금을 생각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라 김씨는 결국 집을 안팔기로 했다.
지방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던 거래중단 사태가 서울과 수도권까지 북상했다. 서울 강남·용산 등 인기지역도 공인중개사사무소마다 곳곳에 ‘급급매’ 등의 전단이 붙었지만 예비 매수자들에게는 외면받는 실정이다. 용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금 반환을 위해서나 대출금리 인상으로 원금상환이 필요해서 내놓은 경우가 많다”면서 “추가 집값하락이 예상돼 실수요자마저 고민이 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 /자료=부동산114 |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거래는 5만6000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 대비 22.3% 줄어들었다. 서울 주택거래는 1년 만에 49.1% 감소한 7000건에 그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8일 신고건수 기준 915건으로 하루평균 57.2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9월 1만2242건과 비교하면 10분의1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진 2013년 1월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하루평균 38.6건을 기록했다. 현재 기록은 6년 만의 최저수준이다.
주택거래 수수료가 주수입인 공인중개사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7~11월 개업 공인중개사는 전년대비 2000명 이상 감소한 6600명을 기록했고 11월 한달 동안 폐업한 중개업소는 1400개에 달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규제가 본격화돼 거래절벽과 집값하락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가 사라지면서 서울 집값도 내리막길을 탔다. 부동산114와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올 1월 중순까지 3개월 가까이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4년 3~6월 12주 연속 집값이 내린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그러나 매수자 입장에서 볼 때 가격하락의 메리트는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1억~2억원 떨어진 곳이 속출하지만 일부의 얘기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2013년 4월 첫째주부터 올 1월14일까지 5년 10개월 동안 서울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8.6%를 기록했다.
| /자료=국토부 |
지난해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11월 이후 올 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하락률은 고작 0.8%에 불과했다. 2013년 3억원이던 아파트를 기준으로 지난 2~3개월 새 떨어진 가격은 240만원 남짓이다.
전국 아파트값을 봐도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하락률은 0.6%로 서울보다 낮지만 2013년 이후 같은 기간 상승률은 12.7%로 서울의 절반 수준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8~12월 실거래가를 비교해봐도 강북은 일부 오른 곳이 있고 강남은 1억~2억원이 빠진 수준”이라면서 “낙폭 자체가 크다고 볼 수 없고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질지는 올 봄 주택거래 성수기가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지나도 지금처럼 거래가 적을 경우 집값하락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 랩장은 “봄 이사철에도 지금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가격조정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같은 거래절벽이 1분기 내내 이어질 경우 부동산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 재건축아파트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거래중단 사태가 해소되려면 꽁꽁 막힌 대출규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출한도를 나타내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현재 서울과 수도권 기준 무주택자 40~50%, 1주택자·다주택자 0%다. 비규제지역은 70%다. 1주택자의 경우 이사나 부모 봉양 등의 실수요 목적으로 추가 구입하는 사실을 증빙하면 예외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무주택자라도 집값에 비해 낮은 대출한도 때문에 집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거나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일부 다주택자는 기존 집을 팔고 싶어도 안 팔려서 부득이 다주택자로 남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조금은 풀려야 매수세가 살아나 중산층의 내집 마련을 가로막는다는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77호·5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