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대형 건설업계가 지난해 부동산 불황에도 화려한 실적을 뽐냈다. 영업이익 ‘1조클럽’에 잇따라 진입하는가하면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그러나 실적호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건실한 성장을 바탕으로 이룬 결과인지 물음표가 찍힌다.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구조조정, 수익 다변화 실패, 중견건설사 성장에 따른 주택사업 경쟁심화로 대형건설사들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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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림화 선택한 대형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기준 업계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12조1190억원, 영업이익 773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은 1조1040억원으로 첫 1조원대 실적을 달성했다.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전체의 70.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실적은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구조조정과 이익 중심의 수주전략에 따른 것이란 평가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직원수는 2015년 말 약 8000명에서 지난해 9월 약 5700명으로 3년 만에 3분의1을 감축했다. 만 4년 이상 근무한 젊은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에 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단기적으로 보면 퇴직금과 위로금 등으로 오히려 비용지출이 크지만 최근 몇년째 이어진 업계 구조조정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직 슬림화 차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건설부문 영업이익률은 2017년 4분기 5.6%에서 지난해 4분기 5.3%로 낮아졌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이유는 원가상승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삼성물산 측은 분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리스크 높은 프로젝트를 줄이고 다양한 체질개선 방안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함께 톱4건설사를 구성하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은 외형이 줄어들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0.9% 감소한 16조730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위와의 격차는 2017년 4조9041억원에서 지난해 3조589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8400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2015~2016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으나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클럽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림산업은 전년대비 8.1% 감소한 10조977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규모인 8525억1500만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56.2% 증가했다. 몸집이 작아진 반면 수익성은 높아졌다. 대우건설은 매출 10조6055억원, 영업이익 6287억원으로 마찬가지로 매출이 9.9%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46.6% 증가했다. 대우건설의 매출감소는 경쟁사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졌다.
10대 건설사 '화려한 실적', 웃을 일 아니다?

◆해외수주 다변화, SOC 증가 기대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건설사들의 매출부진은 주택사업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이후 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주택사업 매출이 4.0% 감소한 5조1474억원, 대림산업은 별도기준 13.8% 급감한 5조5791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도 주택사업 매출이 4.9% 줄어든 6조5156억원을 기록했다.

톱5 가운데 주택사업 실적이 가장 좋은 GS건설을 보면 매출이 전년대비 12.5% 증가한 13조1416억원으로 유일하게 10%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649억원으로 234.2% 급증해 매출과 영업이익 둘 다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주택사업 매출은 ‘자이’가 아파트 공급물량 1위를 기록하며 7.4% 성장한 7조1400억원을 기록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와 대출축소, 다주택자 세금증가 등 주택사업 전반의 환경이 나빠져 건설업계 파이는 앞으로도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지난해 아파트 분양계획은 41만7786가구였으나 실제 물량은 절반 수준인 22만2279가구(53%)에 그쳤다.

대형-중견 건설사 간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호반건설, 반도건설 등 중견건설사의 수도권 주택정비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며 경쟁이 심화돼 대형건설사 입장에서는 해외수주나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만이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해외수주의 경우 저유가 경쟁에 따른 산유국 경기침체와 중국기업 진출 확대로 시장은 좁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계 해외수주는 11억8738만달러(약 1조3340억원)로 전년대비 71% 감소했다. 다만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가 전년대비 5~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등으로 수출지역 다변화가 이뤄지고 이라크사업 정상화 등이 추진돼 희망적이라는 분위기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업의 리스크관리가 강화돼 2010년대 초반 같은 부실수주가 대량으로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불확실성은 높다”고 말했다.

SOC사업의 경우 정부가 올해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선정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어 “이명박정부 4대강사업처럼 대규모 토목건축사업이 추진되면 대형건설사 담합 등이 우려되며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예비타당성조사제도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절차로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면제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최대호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공사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부재정이라는 점이 SOC의 장점”이라면서 “앞으로 대형건설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