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질의응답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지난 1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질의응답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KDB산업은행이 ‘혈세먹는 하마’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나섰다. 우선협상자는 현대중공업이다. 산은은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고 다음달 8일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산은은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가 됐다. 2008년 한화그룹과 추진한 매각 협상이 불발돼 지금까지 14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계약으로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에 마침표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속전속결 구조조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조가 반기를 들어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헐값매각, 구조조정 또 실패작 되나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55.7%를 현대중공업의 조선통합법인에 현물출자한 뒤 조선통합법인 신주를 배정받는 형식으로 매각을 추진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산은은 조선통합법인의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자본 확충을 위해 우선 1조5000억원을 출자하고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1조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대우조선을 품으면서 최대 2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지난 2008년 한화컨소시엄이 대우조선 인수에 제시했던 금액 6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산은이 현대중공업과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1월31일,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3조9666억원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9월 말 매출액은 6조7792억원, 영업이익 7050억원, 당기순이익 1086억원을 나타냈다. 2017년에는 매출액 11조1018억원, 영업이익 7330억원, 당기순이익 6458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흑자가 예상된다. 대우조선이 잇따른 매각불발로 경쟁력이 악화됐지만 ‘싼값에 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의 매각방식도 논란이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가로 약 1조250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와 8400여원의 보통주를 배정받기로 했다.


우선주는 발행 후 4년6개월부터 5년까지 6개월간 상환청구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이 매각가를 현금으로 상환하는 시점이 5년이나 남았고 대우조선 경영개선에 실패할 경우 보통주 매각을 기대하기 어려워 산은의 불안함은 여전하다. 11년 전 한화컨소시엄이 제시한 분할납부 계약 보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설상가상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살리다가 부실에 빠질 경우 산은이 현대중공업까지 떠안아야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시너지, 국내 조선사 간 수주 경쟁 완화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재무변동성이 커져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재무 부담이 커져 산은은 매각 후에도 불안요인을 안는다”고 말했다.


14조원 쏟아부은 대우조선, 매각 마침표 찍을까

◆노조 암초, 파업 장기화 우려
현대중공업은 전세계 수주잔량 1위, 대우조선은 2위로 임직원은 각각 1만4900명, 9500명이다. 두 조선소가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21.2%에 달하는 메가 조선사가 탄생한다. 일부 신사업을 제외하고 조선·해양플랜트·방산 등 주력부문이 겹치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해 지난 19일 현대중공업 인수에 반대하며 파업을 선택했다. 조합원 5611명 중 5242명이 참여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4831명(92.16%)이 쟁의행위에 찬성하며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신청을 하고 조정중지 결정이 나면 다음달 초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가 구조조정을 동반하고 조선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경남지역 정치권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대우조선 매각에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 거제시당 등 4개 정당과 대우조선 노조 측은 “대우조선이 인수되면 부산·경남 조선 기자재 생태계가 무너지고 지역경제도 몰락할 것”이라며 “정부의 대우조선 졸속 매각을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산은이 길고 긴 대우조선 매각을 완성하려면 이동걸 회장이 직접 나서 노사 갈등에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대우조선은 정성립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해 이번 인수합병 작업에 힘을 보태기 어려운 상황.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정 사장이 물러난 배경으로 이동걸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매각에서 대우조선 경영진과 충분히 교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인수합병은 최대주주 권한이지만 회사의 사정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의 논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세금이 투입된 구조조정은 공적자금 회수는 물론 민영화를 완성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의 대책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경영정상관리위원회와 정 사장의 후임 찾기에 나섰다. 사실상 차기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맺은 후 자리보존이 어려운 '시한부' 자리라 공석이 장기화 될지 우려가 제기된다. 산은 측은 “정 사장의 사의표명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1호(2019년 2월26일~3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