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형가맹점, 연간 6000억원 추가 수수료 부담해야
카드업계 "수수료 종합개편 근거한 합당한 인상 폭"
원가 아닌 '마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이어질 듯
이래도 저래도 결국 소비자만 피해 볼 우려 커져
정부, 대형가맹점에 '경고' 날렸지만 중재시기 놓쳐

지난해 말 카드업계와 자영업자 간 발생한 '카드수수료 갈등'이 카드사와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가맹점 사이로 옮겨 붙었다. 수수료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을 단행할 당시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만 했어도 업권 간 갈등이 지금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드업계는 최근 대형마트, 통신사 등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에 다음달부터 가맹점수수료율을 올리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수수료율 인상률은 가맹점에 따라 0.2~0.3%포인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율 인상이 현실화되면 500억원 초과 가맹점 전체는 연간 6000억원가량의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분석된다. 8개 전업 카드사의 2017년 1~12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실적(일시불·할부) 411조9759억원 가운데 48%에 해당하는 197조7484억원이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서 발생했는데 수수료율이 0.25%포인트 인상되면 수수료 부담액은 4944억원 증가하게 된다. 

카드 이용실적이 오름세인 점을 감안하면 6000억원 이상을 더 내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가맹점이 중소형가맹점의 가맹점수수료율이 인하되자 카드업계가 대형가맹점을 대상으로 비용을 보전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반면 카드업계는 정부가 지난해 말 단행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번 개편으로 수수료 적격비용(원가) 산정방식이 바뀌었는데 이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30억~500억원 구간의 가맹점이 500억원 초과 가맹점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건 불합리하다며 변경한 ‘원가 방법서’ 상의 마케팅비 산정방식이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한다며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 원가에 마케팅비가 반영되는 비율의 상한을 기존 0.55%에서 0.8%로 0.25%포인트 올렸다. 쉽게 말해 대형가맹점에 쏟는 마케팅비용이 막대한데 그만큼 수수료 원가를 더 올리라는 얘기다. 

기존의 마케팅비 반영률 상한은 연매출 10억원 초과 가맹점에 0.55%가 일괄 적용됐었다. 카드업계가 대형가맹점에 제시한 수수료율 인상 수준(0.2~0.3%포인트)은 이번 마케팅 반영률 상한의 인상분(0.25%포인트)과 비슷하다.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 간 이번 카드수수료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카드사가 자체적인 내부규정에 따라 업종별 수수료율을 부과했던 2012년 이전엔 두 업권 간 법적 공방이 다반사였지만 법률에 의거해 금융당국이 수수료 계산방식을 정해주는 현 체계에선 법적 다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원가+마진’으로 구성되는 수수료에서 bp(1bp=0.01%) 단위의 ‘마진율’을 둘러싸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지난 19일 대형가맹점을 겨냥해 “카드사에 부당한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 법률상 처벌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놨지만 마진율에 대한 요구는 사기업 간 협상으로 볼 수 있어 당국의 ‘경고’는 실효성이 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갈등의 불똥이 소비자에게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가맹점은 당장 소비자가격 인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으로부터 ‘합당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갈등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을 단행 시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편안에 따라 이달부터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은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대폭 늘어나고 30억~500억원 구간의 가맹점들의 평균 수수료율도 2%대에서 1.9%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당시 ‘역진성 해소’, ‘수익자 부담 원칙’ 등의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뿐 500억원 초과 구간의 가맹점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업계와 자영업자 간 갈등이 이슈가 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만 전달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모든 정보를 자세히 공개하는 등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