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EB하나은행 |
하나금융은 지난달 28일 KEB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하나캐피탈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했다. 연임이 유력했던 함영주 행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지성규 부행장이 차기 KEB하나은행장에 내정됐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모두 행장을 맡다가 회장으로 올라온 사례다. 하지만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해 은행장이 그룹 회장으로 올라가는 '현직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반대로 신임 행장에 내정된 지성규 부행장이 새로운 회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함영주 행장 사의 표명, '현직 프리미엄'은 옛말
함 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을 이을 후계구도가 복잡해졌다. KEB하나은행장은 내규상 연임기간이 3년 이내지만 통상 2년을 연임한다. 만약 함 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면 그의 임기는 2021년 3월로 김정태 회장 임기종료 시점과 맞물린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물러난 것이다.
함 행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주 부회장직은 그룹 내 2번째 서열로 ‘회장 유고 시’를 가정할 경우 1순위 직무대행 후보다. 여전히 차기회장 후보지만 채용비리 재판에 따라 등판을 못할 수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으면 금융회사 임원자격을 상실해서다.
함 행장은 일련의 사태를 보며 "조직 안정을 위해 용퇴하는 게 맞다"며 연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 위원들이 직접 나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임추위 회의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차기 회장 후보군에 속한 계열사 대표의 엇갈린 연임도 주목된다. 이번 자회사 인사에서 하나카드는 정수진 사장이 물러나고 신임 사장에 장경훈 하나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하나에프앤아이 새 사장에는 곽철승 전 하나금융지주 전무가 추천됐다.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하나캐피탈 윤규선, 하나자산신탁 이창희, 하나펀드서비스 오상영, 핀크 민응준 사장은 연임됐다.
◆지배구조 '흔들'… 금감원 관치 논란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관치가 하나금융의 지배구조를 흔들었다고 지적한다. 하나금융 임추위는 다음달 초까지 함영주 행장을 포함한 복수 후보를 추린 뒤 하나은행 임추위에 제시할 계획이었다.
함 행장이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 사실상 3연임이 확실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하나금융 임추위에 속한 사외이사 3명을 따로 불러 함 행장 연임에 반대 입장을 전달하면서 갑자기 국면이 바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이번 은행장 인사 개입은 이례적인 관치로 보인다"며 "금융권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종료시 이사회를 만나 검사 결과를 공유하지만 지배구조 이슈가 있을 때는 이사회와 면담을 했다.
지난 1월 초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심사 때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리스크에 대해 신한금융 이사회와 논의했고 1월 말에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부회장' 선임 문제로 다시 이사회와 면담했다. 또 지난해 도입된 금융그룹통합감독에 따라 삼성, 한화, 현대차, 롯데, 미래에셋, DB, 교보그룹에 대한 실태점검 후에도 각 그룹의 대표금융회사 이사회를 면담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관치'프레임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측도 "함 행장 연임 포기는 전적으로 개인의 결정"이라며 확전을 꺼리고 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함 행장을 끝까지 은행장 후보에 포함시켜 금감원의 정치권은 요구를 수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의 결심에는 금감원의 이사회 면담이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치권도 금감원의 관치를 문제로 삼는다. 자유한국당은 일종의 '금융권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3월 임시국회 때 금감원장을 상대로 집중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금융감독과 금융회사 인사 개입은 다르다"며 "3월 임시국회 때 금감원장을 상대로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인 김용태 한국당 의원도 "금감원의 이런 개입은 전형적인 금융권 블랙리스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