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핵심으로 지목된 대법원 법원행정처 출신 전직 공무원의 비리업체에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일감을 주고 문제가 드러난 후에도 계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전직 공무원은 20여년 동안 뇌물을 이용해 정부사업을 독점해온 입찰비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18명의 전현직 공무원 등은 지난달 재판에서 최고 징역 10년의 중형과 벌금 5억2000만~7억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2월 관련 혐의로 구속된 전직 공무원 남모씨의 회사 '드림ICT'와 15억여원 규모의 교통방송 exTV 제작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드림ICT의 실소유주가 비리공무원이라는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뒤였다. 한국도로공사는 당시 이런 사실을 몰랐고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 경쟁입찰로 진행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뇌물 유죄판결이 확정된 지금도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드림ICT 실체 모르고 일감 준 도로공사 문제없나
법원 공무원 출신 남모씨는 2000년 퇴직 후 전산장비 납품업체 드림ICT를 설립, 과거 인맥을 이용해 497억원대 법원 발주사업 36건을 독점적으로 수주했다. 공무원들은 남씨에게 입찰 관련 경쟁사 자료 등의 내부정보를 넘겨주고 6억9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


드림ICT는 2007년 '유테크비젼'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2013~2014년 사명을 바꿨다. 현재는 '이보소텍'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사명을 바꾼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남씨의 부인 이모씨 명의로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드림ICT는 법원 정보화사업을 독점적으로 수주하며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또 그 이전인 2000년에도 ‘로아이티’라는 회사를 설립해 대법원의 전산 관련사업을 독점하다가 국회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영업을 종료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드림ICT 대표이사를 사임했지만 여전히 드림ICT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로공사가 드림ICT와 exTV 운영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올 연말까지 계약이 유지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올초 관련 문제가 드러난 당시 “드림ICT의 문제를 몰랐고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 경쟁입찰이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판결 이후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남씨 지분이 남아있지만 대표가 아니고 올 연말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 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직간접적으로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한 비리기업과 맺은 계약을 해지하도록 정한다. 수사 결과 드림ICT와 남씨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 exTV 용역계약 유지도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