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일본행 출국장.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썰렁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일본행 출국장.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일본여행을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근까지 무서운 성장세로 승승장구하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일본노선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본은 최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고 우리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으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 개개인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LCC들도 발 빠른 노선 조정으로 일본수요를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에 한창이다.

◆일본여행 가실건가요?


# 서울 광진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씨(30·여)는 “일본여행은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라 자주 갔던 곳”이라며 “요즘은 한국도 그렇고 일본 분위기도 딱히 좋아보이지 않는다. 괜히 일본에 갔다가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꺼려진다”고 우려했다.

# 인천 부평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조모씨(28·남)는 “지난달에 일본에 가는 항공권이 10만원도 안 됐다”며 “사실 가격을 보니 지금 아니면 부담 없이 언제 또 갈까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됐다. 하지만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단기간에 강하게 뿌리내린 모습이다. 인터넷 설문조사업체 패널나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일간 만 18세 이상 1만966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투표자의 78.6%(1만5456명)가 ‘일본여행을 지금은 안 가겠다’고 답했다.


분위기와 상관없이 일본여행을 가겠다는 응답자는 전체 7.3%(1437명), 파격할인이 있으면 고려하겠다는 의견은 7.1%(1400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여행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여름 휴가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성수기를 맞았지만 일본여행 수요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정포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여객수는 전월 대비 3% 줄었다.

계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취소 수수료까지 내면서 계획된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신규 예약이 줄고 있다. 여행사 등도 그렇고 신규 수요가 감소하면서 최근 분위기가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있는 상황”고 말했다.

이어 “LCC들은 이미 일본노선 조정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며 “8월 말 이후 9월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산한 일본정부관광국.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산한 일본정부관광국.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빨간불 켜진 LCC, 노선 재편 나서
일본여행객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LCC가 위기에 빠졌다. 일본노선 비중은 LCC가 압도적으로 높다. 가장 높은 곳은 에어서울로 노선의 65%가 일본이다. 이어 티웨이항공 43%, 이스타항공 35%, 진에어 및 제주항공 32%, 에어부산 31% 등이다. 이에 LCC들은 노선 다변화를 위한 내부 논의가 한창이다. 이미 사태 극복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한 곳도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10월26일까지 비수익 노선을 재편해 노선별로 최장 9주, 최대 78편의 감편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부분 일본노선의 조정이다. 대상 노선은 ▲인천발 도쿄,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오키나와 ▲무안발 도쿄, 오사카, 타이베이, 마카오 ▲청주 및 대구발 타이베이 ▲부산발 오사카, 후쿠오카 등이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18일부터 오는 10월26일까지 인천-삿포로 노선을 주7회에서 주3회로 변경한다. 같은 기간 인천-오키나와 노선은 주7회에서 주4회로, 인천-가고시마 노선은 주4회에서 주3회로 감편한다. 또한 인천-이바라키, 청주-삿포로, 청주-오사카 등의 일본노선을 오는 10월26일까지 비운항하기로 결정했다.

진에어는 이달 19일부터 오는 10월26일까지 인천 및 부산발 일본노선의 감편에 들어간다. 인천 또는 부산에서 출발하는 나리타, 오사카, 후쿠오카, 기타큐수, 오키나와 등의 노선의 주간 운항횟수가 기존 131편에서 78편으로 줄어든다.

에어부산은 다음달부터 대구-나리타노선의 운항을 중단하며 대구-오사카, 대구-기타큐슈노선을 감편한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12일부터 부산-오이타노선을 중단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등의 노선을 비운항한다. 에어서울은 일본노선 조정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가 진행 중이다.

LCC들의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 지자체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노선 감축이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행객 감소로 직접적인 지역경제 타격이 불가피한 일본 지자체가 한국을 찾아와 항공사와 접촉하고 있기 때문. 항공사들도 앞으로의 관계를 고려하면 곧장 일본노선 운항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노선을 조정은 단순히 수요가 높은 곳으로 공급을 늘리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반일 분위기가 사라지고 일본노선을 재개하려고 할 때 지자체 등과의 관계가 어긋나면 신규 취항 등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 입장에서는 코앞의 매출뿐 아니라 미래까지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중국 사드사태로 타격을 입은 바 있는 LCC들은 올해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