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LNG선박./사진=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 인수합병(M&A)에 공감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설득해 나갈 것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16회 조선해양의날 기념행사’에 밝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기자들에게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가 사장을 비롯해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등 조선3사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이날 조선3사는 2018년 국내 조선업계가 7년 만에 세계 수주 1위를 회복한 것을 기념하며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참석자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으로 경쟁력 있는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치면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이 20%가 넘어서면서 수주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가 출혈경쟁도 사라지게 된다. 노조 설득과 별개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에 대해 가 사장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설득과 기업결함 심사 진행 중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노조설득과 해외기업결함 심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설득하는 문제다. 두 회사 노조는 서로 경쟁하는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이 산업 발전이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동종 업계라는 특성상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절차를 초기부터 적극 제지하는 중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필수적인 절차인 현장실사부터 차단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장실사를 막기 위해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등 반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옥포조선소 6개 출입문에 노조원으로 꾸려진 ‘실사저지투쟁단’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대 투쟁을 진행 중이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으로 지난달 28일 떠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의 일환으로 6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기업결합심사 사전절차를 진행 중인 EU에 “이번 합병의 숨겨진 실체와 부당함을 알리고 인수합병 승인을 불허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EU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까지 날아가 ‘원정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대표단은 먼저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프랑스 금속노조FTM-CGT 알스톰 지멘스 대응팀과 간담회를 가진 뒤 벨기에 브뤼셀로 넘어가 EU 유럽집행위 경쟁총국과 면담한 이후 다음달 3일 귀국할 예정이다.
| 현대중공업 LNG선박./사진=현대중공업 |
◆유럽과 일본 설득에 총력
현대중공업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은 ‘기업결함심사’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 공정거래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업결합심사는 기업이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사받는 것이다.
‘합병으로 인해 자국의 소비자와 산업에 공정거래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병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대우조선 인수에 가장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큰 곳은 유럽이다. 국내 조선업계 고객인 선주사 대부분이 유럽에 밀집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 선주들은 한국 조선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가격 경쟁을 벌일 때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1, 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선주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져 선박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EU 공정거래당국은 이미 독과점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은 최근 “M&A가 도산을 막을 수 있는지 검토하겠지만 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우선적인 기준은 경쟁 제한성 여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경제 관점에서 보면 M&A가 기업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아니다. M&A를 통해 침체 상황에서 회생을 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과 글로벌 1위 자리를 다투는 중국 역시 이번 인수에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해외 공정당국이 반대해 합병이 무산될 경우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조선사 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조선 매각 실패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기업결함심사에 대해 가 사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 사장은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신청 진행 상황에 대해 "유럽연합은 6개월간 사전협의를 진행해왔다"며 "현재 유럽연합 측에서 자료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성실히 준비해 제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특별히 부정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언급했다.
심사 대상국을 추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몇개 국가는 현재 세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생각보다는 많이 추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올해 연말을 목표로 심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시 매머드급 조선사
한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수주잔량을 합치면 1698만CGT(표준환산톤수, 지난해 말 기준)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단숨에 21.2%로 높아진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525만CGT)의 세 배가 넘는 일감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인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양 사 합계 점유율은 각각 72.5%, 60.6%에 달한다.
재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조선업계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였는데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의 조선업 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의 LNG 기술력이 합쳐지면 세계 시장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