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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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한 금융회사를 상대로 칼날을 빼들었다. 이달 말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신설하고 평가등급에 따라 행정지도에 나선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증권(DLF‧DLS)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고객 불만이 급증하자 금융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둔 것이다. 금감원의 행정지도는 금융회사가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지도, 권고, 조언하는 방식이다.

행정지도는 법령이나 고시 같은 ‘명시적 규제’와 달리 ‘비명시적 규제’로 불린다.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는 없지만 내부통제 등 포괄적 조항을 근거로 제재할 가능성이 있어 ‘그림자규제’로 꼽힌다. 이번 DLF사태로 은행에 그림자규제가 쌓이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DLF 민원 폭주한 은행… 행정지도 받나

최근 금감원은 직원들이 직접 금융회사에 현장조사를 벌이는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를 진행했다. 금융회사의 금융소비자 실태평가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등 4등급 체계로 10개 부문을 각각 평가한다.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은 금융회사는 자체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이사회에 보고 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또 금융회사는 실태평가의 항목별 평가 결과를 회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각 업권별 금융협회 홈페이지 공시화면에도 함께 연동해 게시해야 한다.

이번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의 관전 포인트는 DLF 상품을 주로 판매한 우리·KEB하나은행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다. 금감원이 지난해 은행의 소비자보호 실태를 평가한 만큼 DLF사태와 무관하지만 파생상품 피해 민원이 쏟아지고 있어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에만 195건의 민원을 받았다. 전분기(91건) 보다 114.29% 늘어난 규모다. 고객 10만명 기준으로 환산했을 경우 0.81건으로 상반기에 보다 113.2% 뛰었다.


KEB하나은행도 3분기 144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전분기보다 75.6% 늘어난 것으로 우리은행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두 은행은 모두 펀드 투자에 대한 민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122건(62.6%), 73건(50.7%)의 펀드투자 민원이 집계됐다. 3분기 은행권에 제기된 펀드 관련 총 민원은 200건인데 두 은행에만 195건(97.5%)이 몰린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민원건수를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 반영한다”며 “실태평가는 지난해 시점이지만 올 하반기 민원 건수가 급증해 소비자보호 영업행위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 많은 은행에 옐로카드… ‘모범규준’ 양날의 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에는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선임 기준 대상 명확화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기능 확대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CCO에서 CEO로 상향(임권급 전담 CCO 선임 시 예외 허용) ▲소비자보호 업무 위한 최소인력 확보 기준 마련 ▲금융회사의 정보제공 서비스 확대 ▲상품판매 후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 ▲금융소비자 만족도 평가제 도입 등이 담긴다.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민원건수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CCO의 책임도 확대되는 셈이다. 금융사의 상품개발과 영업, 계약, 사후관리 등 업무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점검·관리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 아래 살아나는 규제 ‘냉가슴’

금융권은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으로 법령에 없는 검사나 제재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금융위가 ‘행정지도 등 그림자규제 개선방안’을 통해 금융회사 규제를 지양했으나 DLF사태로 행정지도가 늘어날 조짐을 보여서다.

최근 금감원은 부원장 협의체를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매달 각 부원장에게 핵심 과제를 부여해 금융시장의 신호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담당 부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DLF처럼 고위험, 불완전상품 등 투자시장에서 보내는 위험신호는 은행, 증권 등 업권을 총망라해 부원장들이 소비자 민원을 챙길 예정이다.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교수는 “금융상품이 진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가 중요해지면서 금융규제도 늘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는 법적으로 관리하는 대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발의됐지만 8년째 표류 중이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가 자신의 연령·재산상황 등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금융사에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금융사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없었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할 의무와 그에 따른 피해보상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DLF사태를 겪은 고객들이 피해를 보상 받기 위해선 실속 없는 민원보다 금소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소법은 국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올 연말 본회의가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시간이 급박한 만큼 금소법 범위 및 쟁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타결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는 배상한도와 입증책임”이라며 “실속 없는 규제만 내놓기 전에 징벌적 손해배상에 준하는 배상과 금융소비자가 입증책임을 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을 공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8호(2019년 11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