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사령부가 2018년 서울 용산에서 경기 평택시 캠프험프리스로 옮겨 개관식을 열었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하지만 기대는 얼마 안가 실망으로 변했다. 1년4개월간 미군 세입자가 있었지만 퇴거한 후에는 7개월 넘도록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대출금 2억1000만원의 한달 이자만 77만원씩 매달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한달 12만원의 관리비가 공실 기간에도 발생해 새 세입자를 구한 이후 합산 청구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김씨는 관리인인 A공인중개사사무소에 관리비 내역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다가 거절당했다. 김씨는 지금 법원의 도움으로 A공인중개사사무소를 사기 및 형령‧배임 혐의로 형사고소한 상태다.
◆관리인이라고 속여 관리비 빼돌렸나?
김모씨는 당초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신청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가 법정에서 자신은 관리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기각당했다. 현행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인이 아닌 사람은 관리비와 하자보수 보증금을 받아 관리할 수 없다. 즉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가 관리인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은 아무 권한 없이 관리비를 받아 관리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A공인중개사사무소는 직원 3명을 두고 분양대행뿐 아니라 임대, 관리, 하자보수 등을 운영해왔다. 지금까지 A공인중개사사무소가 관리하는 미군 렌털하우스만 200가구를 넘는다. 단순계산으로 한달 관리비 12만원을 곱하면 관리비 수익만 매달 2400만원이 발생한다. 평택에는 이런 식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공인중개사가 넘쳐난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문제는 관리비 고지서에 상세내역이 없을뿐더러 공인중개사사무소 측은 관례에 따라 12만원을 청구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하자보수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일반적으로 하자보수 보증금은 건설공제조합 등이 보증서를 발행해야 하는데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분양자 과반수의 동의만 얻어 보증금을 수령하고 공사내역도 깜깜이다.
김씨가 분양받은 다세대주택은 2017년 10월 준공한 단지로 현재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고 건물 바깥벽이 심하게 갈라진 상태다. 평택 일대에는 같은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가 미군 렌털하우스 수백가구를 분양하고 준공 이후 폐업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건설사가 폐업하면 하자보수는커녕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미군에게 임대하려면 테라스와 거실 대리석 공사, 미군 방송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세대당 500만원씩 공사비도 냈는데 공사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국내 빌라, 오피스텔, 상가 등은 법적 허점을 노린 관리비 폭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법무부는 올 7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불투명한 관리비의 외부감사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150가구 이상 오피스텔 등은 해마다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50~150가구일 경우 세입자를 포함 사용자 5분의1이 요구하면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50가구 이상 집합건물은 관리비 장부를 작성·보관하고 공개해야 한다.
2014년 이른바 ‘난방 비리’ 사태로 2015년 300가구 이상 대단지아파트의 외부감사가 의무화됐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회계부정과 비리에 대한 민원이 끊임없이 발생해도 제대로 감시가 어려웠다. 1~2인가구 증가로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관리비 문제가 발생해도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부감사마저 허술하게 이뤄지는 점은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합리적인 집합건물 관리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