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의학지식 가진 사람이 대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에 있는 ‘주역강의’가 휴강한 덕분에 찾은 남한산성에서 들은 말이다.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 성곽 길을 일주한 뒤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찾은 식당에서다. “원래는 버스타고 남해 보리암을 갈 예정이었는데 집단감염 우려로 취소돼 남한산성을 찾았다”는 중년남녀들이 막걸리 잔을 주고받으며 벌이는 수작이었다. 버스 좌석 구석구석 소독을 하고 떠나는 산악회도 더러 있지만 당분간 취소하는 곳이 더 많다는 말이 뒤따랐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심적 두려움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과 병원, 영화관과 대형할인점,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휴일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족나들이를 하는 놀이공원도 발길이 끊겼다. 직장 회식과 저녁 모임이 취소되니 전통시장 찾는 손님도 급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고 겨울방학을 끝낸 학교들이 개학을 미뤘다. 토익 같은 자격증 응시생들도 시험장에 가지 않는다.
경제도 비상이다. 부품조달이 힘든 현대자동차가 한시적으로 조업을 중단했다. 주가는 떨어지고 원/달러환율은 올랐다(원화가치 하락). 중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망자가 2003년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망자(774명)를 훌쩍 넘어서며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낮춘 데 이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2.5%에서 2.3%로 조정했다. JP모건은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0.3%로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런 경제부진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반기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기업 면접이 줄줄이 연기돼 취준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학교 개강이 미뤄지면서 시간강사들은 강사료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집에 머물면서 식당, 편의점, 학원(입시학원 제외) 등의 매출이 급감한다. 부품소재 및 완성품 생산기업들의 생산중단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삼성이 2조6000억원의 긴급 자금지원에 나섰지만 급한 곳은 많고, 자금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도 무섭지만, 먹고살 경제기반이 약화되는 것은 더 두려운 일이다.
◆코로나19 이기는 법, ‘주역에’ 물어보니…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4만171명, 사망자가 908명에 달했다(9일 0시 현재). 하루 감염자가 3000명에 이르고, 중증환자가 6484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주역’에서 찾아봤다. 산풍고와 화풍정, 화천대유의 세개 괘에서 대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고(蠱)는 벌레다. 2010년에 개봉됐던 영화 ‘적인걸’(狄仁杰)에서 나오는 독충 이름이 고다. 고에게 물리거나 고가 들어간 물을 마셔 독에 감염된 뒤 햇볕에 노출되면 불이 붙어 순식간에 재로 변하는 무서운 벌레다. 코로나19도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독충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고괘 모습은 산(艮) 아래 바람(巽)이 부는 상이다. 겨우내 잘 보관했던 씨앗은 입춘이 지나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잠자던 벌레들이 깨어나 벌레 먹기 쉽다. 벌레 먹어 씨앗으로 쓸 수 없게 되는 것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걸려 몹시 아픈 경우(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와 같다. 나쁜 일이 벌어지는 사달이 일어난 것이다.
벌레가 먹지 않게 하려면 볕을 쬐고 통풍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볕과 통풍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개해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통에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우물쭈물하지 말고 빠른 대처로 난국을 빨리 이겨내는 게 바람직하다. 잘못을 바로잡지 않은 채 일을 추진하면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이렇게 초기 대응에 성공하면 막힌 장애는 극복되고 밝게 치료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 이는 고괘가 정괘로 바뀌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鼎)은 아래에 나무가 있고 위에 불이 있는 솥 모습이다. 어려운 일을 이겨내고 새로움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새로움을 취해 코로나19를 퇴치하려면 이 일을 맡은 사람들이 올바른 자리를 지키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덕이 부족한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아는 게 적은 데도 큰일을 하려고 하거나 힘이 부족한 데도 막중한 일을 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코로나19 정확한 의학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전적인 책임을 갖고 현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지식 없는 사람들이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는 사심으로 이러쿵저러쿵 훈수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올바른 전문가들이 발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면 코로나19 바람이 잦아들어 태평한 세상이 펼쳐진다. 이는 정괘가 대유괘로 바뀌는 모습이다. 대유(大有)는 하늘에서 해가 밝게 비추는 상으로 크게 형통한 태평성대다. 코로나19 모두 퇴치됐으므로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활동하면서 사귀어도 해로움이 없다. 다만 어려움이 끝났다고 고난을 망각하면 안 된다. 늘 어려움이 다시 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아무런 탈이 없다.
◆코로나19 확산 경고한 의사 리원량
중국의 젊은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2월7일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그는 작년 12월30일 오후 “화난수산물시장에서 사스 확진환자가 7명 발생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퍼지고 있었지만 당국은 공개하지 않던 때였다. 그는 파출소에 불려가 “반성하고 다시는 위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쓰고서야 풀려났다. 리원량은 지난달 8일 환자를 진료하다 코로나19에 걸렸고 결국 바이러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궈창 중국공산당 우한시 서기는 지난 1월31일 “좀 더 빠르게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면 지금보다 좋았을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부끄럽다”고 했지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이후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비밀주의’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은 임기폐지로 종신 황제로까지 올라선 그의 권력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접근은 우리에게 좋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바이러스는 차고 습하며 어두운 곳에 둥지를 틀고 번성한다. 바이러스는 절대 정보통제로 극복할 수 없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2호(2019년 2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