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 대기업 사장이 있다. 직원 실수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만 1만2000여명의 고객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K7과 셀토스, K5 등 연이은 히트작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쏘렌토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기아차는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4세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사전계약을 21일 전격 중단됐다. 기아차는 이날 고객 안내문을 내고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정부의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친환경차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사전계약은 21일 오후 4시부터 중단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세제혜택을 예상하고 가격을 책정했지만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사전계약을 중단한다는 얘기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사전계약자는 지난달 20일 기준 1만2000여명이었다.
기아차 국내 영업 총 책임자인 박 사장은 2월20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주관 ‘2020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신형 쏘렌토의 첫날 계약 대수가 1만8800대를 기록했다”며 “사상 최대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쏘렌토 열풍에 힘입어 기아차의 국내 판매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SUV에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접목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셈인데,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사장의 거취에도 이목에 집중된다. 박 사장은 국산 완성차 대표이사 가운데 재임기간이 가장 긴 장수 CEO로 꼽힌다. 업계는 이번 쏘렌토 사태로 최대 171억원을 보상해야 할 것으로 본다. 박 사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일~3월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