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요동치는 주식·채권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및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채안펀드의 규모와 시행시기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 지원 및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펀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5조원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은행과 보험을 비롯한 91개 금융기관이 출자했고 한국은행이 각 금융기관 출자금액의 50%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의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8개 주요 은행장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우선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필요한 경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채안펀드는 일단 10조원을 작동하기로 했고 전체적으로 (규모를)늘리는 데 합의를 했다"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회계기준을 바꿀 순 없어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고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채안펀드가 준비돼 바로 작동할 수 있다"며 "시장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은 채안펀드가 혼란 속 주식시장을 잠재울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셀코리아'를 주도하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주가 폭락장에서 외국인들은 일평균 1조원을 매도하고 있는데, 이를 막다 보면 자금이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올 들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는 총 116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 가운데 회사채는 37조원이고 CP·전단채는 79조원에 육박한다. 연간 만기도래 규모를 감안하면 채안펀드의 10조원은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전체 만기도래 예정금액 가운데 높은등급 물량은 무사히 상환된다고 가정하면 총 상환예정금액은 43조원 수준"이라며 "보수적으로 50% 이상 상환이 안된다고 가정하면 대략 15조원 이상은 있어야 시장이 안심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