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28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사진=장동규 기자
#취업준비생 김준희(29)씨는 요즘 은행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은행의 상반기 채용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시험, 면접을 언제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다. 

김 씨는 "지난 1년간 은행 채용만 기다렸는데 시중은행의 채용일정이 줄줄이 밀려 올해 취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칩거하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백수생활도 눈치가 보여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의 채용시계가 멈췄다. 25일 금융권에 다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대부분은 올해 상반기 채용일정을 결정하지 못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이나 면접장에서 대면하는 접촉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에 은행 상반기 채용 '올스톱'

현재 상반기 신규직원 채용 필기전형을 진행한 은행은 농협은행 한 곳 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필기전형을 치뤘지만 면접 등 추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은행권은 이달말 또는 늦어도 4월초 모집공고를 내고 5~7월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을 진행한다.  

지난해 상반기 은행별 채용규모는 신한은행 630명, 우리은행 300명, 농협은행 360명, 기업은행 170명으로 이들 은행은 올해도 상반기 공채를 구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채용계획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하반기 채용만 진행한다. 두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각각 500명, 400명(수시채용 포함)을 뽑았다. 삼성화재는 이달초 예정했던 공채 신입사원 입사시기를 연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공무원 시험도 미뤄진 터라 채용일정을 잡기 어렵다"며 "상반기 채용일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턴채용 일정도 연기… 취준생 한숨 깊어져

그나마 국책은행 위주로 진행하던 청년인턴 채용도 면접일정이 잠정 연기됐다. 

체험형 청년인턴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따른 조치로 금융공공기관들이 매년 100~300명을 채용한다.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하지 않지만 4개월 이상의 실무경험과 업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4일 필기전형과 24일~26일 면접전형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모두 미뤘다. 산업은행도 지난 9일까지 원서접수를 받고 24~25일 면접을 진행하려던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변경된 면접일정은 오는 30일 재공지할 예정이다. 

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도 통상 5월과 11월에 체험형 인턴을 채용하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의 상반기 정규직 채용은 물론 인턴채용 기회까지 막히면서 취업준비생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신입직 취업준비생 17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5%가 이번 코로나19가 '취업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36.5%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취업준비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들이 채용을 취소하거나 축소할까 우려된다'가 응답률 57.3%로 가장 많았고 '기업들의 채용일정 연기로 향후 기업끼리 일정이 겹칠까 우려된다(47.9%)', '좁은 공간에서 치러지는 자격시험 등 응시가 우려된다'(32.6%)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