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17년 성남시장 당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나의 기본소득은 얼마?' 시연회 및 기본소득토론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발 차기 대선 이슈 선점이 한창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도해 온 '기본소득' 도입을 여권이 주저하는 사이 의제 화에 성공한데 이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청' 논의 띄우기에 나섰다.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피할 수 없는 정책들로 대선을 관통하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당의 쇄신과 혁신, 체질개선을 제1의 목표로 삼고 탄탄한 역랑을 기반으로 삼아 이를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기본소득', '전일보육제' 등 정치권 아젠다 싸움의 주도권을 가져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에 발맞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담론 정립 과정에서 한 발 앞서나가겠다는 복안으로 관측된다.

기본소득에 이어 데이터청 설립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응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던진 화두 중 하나다. 정치권은 김 위원장의 4차 산업 띄우기가 앞서 기본소득 이슈 선점 때와 비슷한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여당도 동조하거나 혹은 반대하기 어려운 과제를 제안하면서 존재감을 높이는 동시에 주도권까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논의도 김 위원장이 먼저 공론화하면서 여당은 쫓아가는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기본소득제를 주도해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데 대해서 "전 국민의 관심사로 주요 의제가 돼 바람직하다"며 "내가 필생에 이루고 싶은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사실 원래 보수 정치집단에서 복지정책을 정리해버리고 이걸 깔끔하게 현금으로 지급하면 경기 순환에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정책경쟁을 넘어서 정략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야당이 주도권을 가지면 여당이 수세적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면돌파해야 한다"며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기본소득, 진보·보수 넘어 각개전투

기본소득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코로나발 민생 위기'가 가시화하던 지난 3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설계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이를 ‘전국민 지급’으로 확대했다.

총선 결과를 통해 현금 복지의 위력이 확인되긴 했지만, 최근까지도 여권의 주된 관심은 기본소득 도입보다는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였다. 집권 여당으로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기본소득제를 당장 구체화하기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고용보험이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되면 그 자체로 낮은 단계의 기본소득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런데 기본소득을 본격 도입하려면 증세, 복지체계 개편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번 정부에서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돌려놓은 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그는 지난 3일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확대'가 정치의 목표라며 기본소득 도입을 공론화했고, 이튿날에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기본소득 이슈는 삽시간에 정치 담론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여권에서는 2017년 대선 당시 1호 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내건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8일 SNS를 통해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가며 증액하면 된다"며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새 경제정책 기본소득을 백가쟁명의 장으로 끌어낸 (김종인) 위원장의 뛰어난 역량에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훨씬 더 정의롭다"며 이 지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이날 처음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를 통해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아젠다 확보 대열에 발을 담궜다.

보수진영도 김 위원장 발언을 계기로 내부 논쟁이 본격화했다. 통합당 출신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사회주의 배급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해 대학 특강에선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고민해볼 문제"라고 밝힌 상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국형 기본소득' 검토를 주장하며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와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일자리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데이터청, 진보와 보수를 넘어 공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청 전문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해 재미를 본 김 위원장이 이번엔 4차 산업 관련 이슈를 띄웠다. '4차 산업의 씨앗'이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관리할 데이터청(廳) 설립 논의를 공론화하는 한편 4차 산업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한 고등교육 개혁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청 설립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4차 산업을 준비하는 핵심 과제로 ‘데이터청’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원유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데이터가 4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나와 있는 게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할 때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생각해 데이터청 설립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앞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에 닥칠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볼 때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다. 그동안 말만 했던 4차 산업에 대한 추진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데이터를 발전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중앙, 하나의 부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통합당이 당 차원에서 데이터청 설립 이슈를 제기한 가운데 민주당에서도 일부 의원이 데이터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광재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포스트코로나 본부장이 데이터청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광재 민주당 본부장은 최근 당 국난극복위원회 차원에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데이터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 본부장은 언론사와 통화에서 "데이터청 설립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면서 "당 내부 공감대를 넓히고 있고, 디지털 뉴딜과 연계해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각 당이 관련 법안을 내면 데이터청을 어디에 설치할지 등을 논의해 추후 병합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기본소득 논란도 데이터청과 연계해 풀어가는 방안을 제시한다.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 방식보다는 취약 계층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구현할 수단이 데이터청과 데이터거래소를 기반으로 한 '참여소득'이라는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기본소득은 일반 세금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면서 "데이터를 생산하는 이들에게 소득을 지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이미 반은 움켜잡았다" 탄식



다만 데이터청 설립이 민주당 차원에서 당론 법안으로 발의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당론 법안으로 채택되려면 당 정책위원회가 먼저 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의원총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게 통과돼야 당론 법안으로 제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론까지 이르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데이터청 설립 및 4차 산업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고등교육 개혁은 통합당 뿐 아니라 여당도 공감하는 이슈다. 실제 여권에서도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데이터청 설립을 주장하고 있으며, 고등교육 개혁 제안에 대해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이 지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며 "(기본소득 의제도) 이미 반은 움켜잡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