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이 전세계 철강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조강 생산량만 놓고 보면 생산 감소를 피하지는 못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한국의 조강생산량은 1693만60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4.8% 감소하며 5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은 3위 일본(-3.4%), 4위 미국(-2.0), 5위 러시아(0.5%)보다 감소 폭도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 여파가 드러나기 시작한 4월엔 3위로 껑충 뛰며 2위 일본까지 위협하는 추세다. 사상 초유의 불황국면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차곡차곡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고로 경쟁력 우위 점한 한국 철강사
조강은 쇳물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평평한 형태의 강괴로 다른 가공 강철 제품의 소재가 된다. 조강 생산량은 한 나라의 강철 생산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강철은 생산방식에 따라 고로와 전기로로 나뉜다. 고로는 원료인 철광석을 녹일 불을 때기 위해 유연탄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전기로 방식은 고철(철스크랩)을 원재료로 삼아 전기를 만들어 사용한다.
조강은 고로 생산 기준이다. 철강업의 경쟁력은 낮은 원가로 고품질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 관리 능력에서 비롯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로 생산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둔 투자를 10여 년간 이어왔다.
대표적인 게 고로 합리화다. 고로를 운영하며 발견된 낭비 요소를 없애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다. 통상 15년 이상 된 고로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투자비가 수천억원에 이르고 소요기간도 길다. 2015년 합리화에 들어간 포스코 포항2고로 경우 낡은 설비 교체·신규부품 설치 등에 약 4000억원이 소요됐으며 공사기간은 95일이나 걸렸다.
포스코 경쟁사인 일본 신일본제철주금이나 미국 US스틸,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은 합리화 대신 인수합병이나 신규 설비 투자를 선택했다. 신일본제철주금은 구 신일본제철과 구 스미토모금속공업이 2012년 합병해 탄생한 철강업체다. 2016년 신일본제철주금은 동종업계 4위였던 닛신제강을 1000억 엔(약 1조1074억원)에 인수한다.
US스틸은 2007년 캐나다 최대의 철강회사를 인수합병한 후 철강 합리화보다는 철도사업이나 광산업, 부동산업 등에 투자했다. 아르셀로미탈도 인도 에사르스틸(2018년)을 인수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만 집중했다.
그 사이 포스코는 착실히 고로 합리화를 진행했다. 2009년 이후 포스코가 진행한 고로 합리화는 포항4고로(2010년), 광양1고로(2014년), 포항2고로(2015년), 광양5고로(2016년), 포항3고로(2017년), 광양3고로(2020년 진행중) 6건이다. 건당 투자비 4000억원, 총 2조4000억원 규모다.
고로를 가동한 지 15년이 채 안된 현대제철은 이제 막 고로 합리화를 시작하는 단계다. 현대제철은 당진에 있는 고로 3기를 순차적으로 합리화할 예정이며 착공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규모 확대에 집중하는 사이 한국 철강업계는 경쟁력의 근원인 고로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포스코·현대제철 스마트화로 경쟁력 확보
제철소 스마트화도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2016년 하반기 포스코는 딥러닝을 활용해 포항2고로부터 스마트화를 본격 추진했다. 2020년 5월말 기준 포항2고로와 포항 3고로엔 인공지능기술이 적용 완료된 상태다. 합리화를 마치고 올 하반기 중 가동 예정인 광양 3고로도 인공지능 고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을 구현해 고로의 노황을 자동 제어한다. 석탄과 철광석의 상태를 고화질 카메라로 실시간 데이터화한 뒤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의 노황(고로 내부 상태)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로의 최적 용선(고체화되기 전 쇳물) 온도는 1500도다. 온도 편차 없이 관리해야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보다 온도가 떨어지면 유동성이 안 좋아져서 조업이 잘 안 된다.
과거에는 사람이 2시간에 한 번씩 찍은 사진으로 온도를 체크했지만 이젠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1시간 후의 노열(고로 내부 온도)까지 자동으로 예측하고 제어한다.
포스코 스마트팩토리의 중심에는 포스코 고유의 철강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이 있다. 포스프레임은 세계 최초의 연속 제조 공정용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이다. 포스코는 포스프레임을 이용해 전 공장의 철강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형화한다. 이후 포스프레임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의 공정 조건을 산출해 공장을 제어한다.
포스프레임은 제철소의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인 수주공정부터 제선, 제강, 연주, 압연, 도금에 이르는 연속 공정뿐만 아니라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한 스마트 CCTV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돼 있다.
현대제철은 2015년부터 당진제철소 스마트화를 추진해 왔다. 철강제품 생산과정의 각 공정에서 취합된 데이터를 통해 조업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제철은 각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축적하고 공정 간에 실시간으로 공유해 최적의 조업 조건을 확보하는 능동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재료의 복잡한 물리·화학적 변화가 다양하게 발생하는 소재산업의 특성에 맞춰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별 조업환경 및 이를 최적화된 조건으로 제어하는 ‘지능형 생산체계’를 실현했다.
2020년 3월 이후 일본은 일본제철과 JFE스틸 등에서 6개 고로의 불을 껐다. 유럽에선 아르셀로미탈을 포함해 25개 철강사의 55개 생산시설이 감산 또는 가동중단에 들어갔고 미국도 US스틸 등 12개 철강사 28개 생산시설이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는 올해 150만톤(전체 약 10%) 감산을 결정했고 현대제철은 감산을 검토하는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