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3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두산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현재 지배구조에서 계열사를 팔아도 두산중공업의 빚을 갚기가 쉽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사진=두산중공업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꼽히던 두산중공업이 생사 기로에 놓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 규모는 2조6096억원에 달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사채 규모는 7144억원이다. 1년 안에 3조3000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3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두산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조건이다.

문제는 두산그룹이 현재 지배구조에서 계열사를 팔아도 두산중공업의 빚을 갚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이 매각을 진행하는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골프장 등을 다 합쳐도 채권단에 약속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에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두산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 계열사 두산솔루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돼 매각이 결렬됐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캐시카우’인 밥캣을 매각하고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상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산 매각이 지연될 경우 채권단이 직접 자산 처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의 희망은 채권단이 제시한 친환경 에너지사업 전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그룹은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큰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획기적 개편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라며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수력발전사업, 태양광 설계·조달·시공(EPC)사업 등을 추진하고 수소 생산 및 액화 등 수소산업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한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은 2023년 상용화를 통해 2026년까지 3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LNG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두산의 LNG발전용 가스터빈은 걸음마 단계인 반면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등 3개 회사가 세계 가스터빈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일감 확보까진 4년이 지나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혈세를 투입하는 두산중공업 정상화와 관련해 단계별로 수정될 시나리오를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두산중공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시나리오는 여러 의견이 엇갈리지만 캐시카우와 미래 성장성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자칫 무리한 사업전환에 수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고 원전정책에서 실패한 과오를 반복하며 정상화에 시간이 더 지체될 수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당장 수익을 내는 것보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까지 버틸 수 있느냐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