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경영정상화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은 (오른쪽)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해부터 진행된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쥐려던 HDC현대산업개발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제주항공은 선뜻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황이 악화된 탓이라고 말하지만 두 항공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대표적인 부실항공사였다.

M&A '흐지부지' 정부까지 개입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진행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새주인 찾기는 올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정부까지 개입해 조속한 M&A 완료를 촉구했지만 인수주체인 HDC현산과 제주항공은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교착상태에 빠진 항공 M&A가 성사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입하는 모양이 됐는데 우려할 일"이라며 "장관이 공개적으로 인수를 독려하고 지급보증, 미지급금 해결 등에 대해 언급했는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시장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킨다. 그렇게 성사가 된다고 해도 특혜시비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던 HDC현산 측은 별다른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해외기업결합심사도 승인이 완료됐지만 "인수상황 재점검 협의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운항중단(셧다운), 구조조정 등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 이석주 전 제주항공 사장의 통화 녹취록과 경영진 협상 회의록 등을 공개하며 셧다운, 구조조정 등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양사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진 셧다운 조치를 마치 제주항공이 일반적으로 지시한 것처럼 매도한 것은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구조조정 개입여부에 대해서는 "노조 측이 주장하는 구조조정안은 양사 간 주식매매계약 이전에 이스타 측이 작성한 것과 동일하다"며 구조조정 지시가 없었음을 밝힌 상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등은 제주항공이 인수 전 셧다운, 구조조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제주항공은 사실이 아니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오른쪽)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대표적 부실항공사 '아시아나·이스타'

일각에서는 항공업계의 M&A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장위축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이 마비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 현 시점에서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은 '자멸의 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코로나19가 항공업계를 뒤흔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코로나19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두 항공사 모두 장기간 재무상태가 불안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020년 1분기 IR자료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1만6872%에 달한다. 2017년 720%, 2018년 815%, 지난해 1795%로 매년 부채비율이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보유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건전성을 보여준다.

이스타항공도 수년간 경영악화로 허덕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제주항공과의 국내 기업결함심사 승인을 결정하면서 이스타항공을 '회생불가 항공사'로 판단하기도 했다. 이 항공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 자본잠식은 누적적자로 인해 자기자본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보잉 737-맥스(MAX) 결함에 따른 운항중단 그리고 올해 코로나19 등으로 파산직전이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359억원, 당기순손실 409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2월부터 임직원 급여도 주지 못하고 있다. 3월부터 시작된 셧다운도 자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허희영 교수는 "시장회복이 예상보다 점점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완전한 회복까진 2~3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회복이 느려진다는 얘기는 경영의 정상화도 어려워진다는 얘기"라며 "두 항공사 모두 재무적 부실이 심각하다. 정상화까지 갈길은 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