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후유증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돼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후유증으로는 ▲집중력 저하 ▲탈모 ▲가슴·복부 통증 ▲속 쓰림 ▲피부색 변화 ▲만성피로 등이다. 의료계는 후유증으로 일컬어지는 증상이 바이러스가 아닌 스트레스에 의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사진=김영찬 머니S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는 탈모가 없었는데 입원하고 한 달 후부터 머리가 빠졌어요. 당시 빠진 머리카락이 하얀 침대를 뒤덮을 정도였고 지금도 샤워를 하면 수챗구멍에 머리카락이 들어가서 배수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빠지고…. 5월부터 8월까지 탈모 증상이 계속돼 불안해서 피부과를 내원하니 M자 탈모라는 말을 들었네요.
# 완치 판정 받고 퇴원한 지 165일째. 요즘도 계속되는 후유증은 크게 5가지입니다. 머리가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면서 기억이 힘들고 집중이 힘들어요. 조금만 집중해도 두통, 가슴 통증 등 다른 증상까지 심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방금 했거나 하려고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너무 흔하고…. 방금 전에 비타민 약을 먹었는지, 검색사이트를 클릭해 놓고 뭘 찾으려고 했는지 까먹는 정도예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후유증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돼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후유증으로는 ▲집중력 저하 ▲탈모 ▲가슴·복부 통증 ▲속 쓰림 ▲피부색 변화 ▲만성피로 등이다. 의료계는 후유증으로 일컬어지는 증상이 바이러스가 아닌 스트레스에 의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왜일까.


완치 후에도 불안… 신체문제 발생 위험 높여


코로나19 후유증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일부 코로나19 완치자가 코로나19 증상이 없음에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집중력 저하 ▲만성피로 ▲피부색 변화 등 후유증을 호소하며 우려를 키웠다. 코로나19 투병기를 쓰는 ‘부산 47번 환자’ 박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5개월이 넘게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완치자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중·장기 후유증을 겪는 회복자가 많다는 걸 모르고 아직도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후유증은 의학 논문에서 수차례 발표된 바 있다. 8월3일 발간된 의·과학저널 ‘뇌, 행동,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 완치자 402명을 한 달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28%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이 나타났고 31%는 우울증세를 보였다. 불안감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각각 42%, 40%에 달했다. 20%는 강박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7월9일 발표된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보’(JAMA)에서는 코로나19 완치자 143명을 4월21일부터 5월29일까지 39일 동안 관찰한 결과 ▲피로감 53.1% ▲호흡곤란 43.4% ▲관절통증 27.3% ▲흉통 21.7% 등 후유증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바이러스보다는 심리장애… 의료진도 앓아


의료계는 코로나19 후유증이 바이러스 문제라기보다는 불안장애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열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나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걱정 등 건강염려와 불안, 불면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며 “이런 스트레스는 2차적 정서불안을 유도해 더 심한 신체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PTSD다. 전쟁이나 자동차 사고, 폭행, 강간, 테러, 지진, 홍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겪은 뒤 나타나는 극심한 불안장애를 말한다. 코로나19가 신종감염병인 만큼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면 완치되더라도 악몽에 시달리며 항상 초긴장 상태를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감염내과 의료진의 입장도 같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부 완치자의 사례를 토대로 ‘코로나19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트라우마로 인한 PTSD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을 앓는 환자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후유증을 호소하는 완치자를 본 적 없다”며 “물론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입원한 지역거점병원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후유증 논란 신중해야… 공포 조장 자제

의료계는 코로나19 후유증이 바이러스 문제라기보다는 불안장애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사진=이성철 뉴스1 기자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일컬어지는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증상은 비단 완치자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닌 것도 의료진의 입장을 대변한다. 지난 4월 중국 난팡의과대 난팡병원·우한대 인민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진료현장에 있는 의료진이 불면증과 우울증·불안장애에 시달리며 PTSD로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문을 심리학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국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1월29일부터 2월3일까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5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연구결과, 응답자의 36.1%에 해당하는 564명이 불면증 중증도지수(ISI) 8 이상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같은 수치는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 때에도 의료진 중 37%가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연구결과와 유사하다.

신종감염병인 만큼 앞으로 후유증 등에 추적관찰이 필요하지만 섣부른 불안감 조정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의료진은 지적한다. 강지인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불안을 서로에게 조장하지 않도록 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공포는 방어적인 태도로서 경계심이나 불신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불신, 비판 등을 줄이고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