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사진=임한별 기자
내년부터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불법 사업자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상화폐 사업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받아야 한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해야 합법적으로 사업이 가능한 상황에서 은행이 사실상 사업자의 '생존권'을 쥔 셈이다.

가상화폐 업계는 가상자산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국내 규제에 지친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란 지적이다. 


실명계좌 발급 받지 못하면 '사업 불가'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가상자산 관련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가상자산의 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 등의 업업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 등이 이에 속한다.

또 법에서는 가상자산에서 제외되는 대상을 ▲화폐·재화·용역 등으로 교환될 수 없는 전자적 증표로서 발행인이 용도를 제한한 것 ▲'게임산업법'에 따른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전자화폐 ▲전자등록주식 ▲전자어음 ▲전자선하증권 ▲거래의 형태와 특성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한 것 등으로 규정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실명계정을 통한 금융거래 의무화다. 시행령에서는 실명계정 개시 기준을 총 5가지 요건으로 정리했다.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의 거래내역을 분리 관리 ▲금융회사 등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행위의 위험 식별, 분석, 평가해야 한다 등이다.


특히 '금융회사 등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행위의 위험 식별, 분석, 평가해야 한다'는 요건에 따라 시중은행 판단으로 사업 영위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시중은행이 사업자가 자금세탁 사고에 연루될 수 있다고 판단해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현재 빗썸, 업비트 등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의 경우도 3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된다. 은행이 추가 발행을 거부하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코인도 '서학개미'가 대세… '그레이존' 확대 우려

가상화폐 업계는 특금법이 시행되면 실명계정 발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 은행이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않으면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가상화폐 업계가 그레이 존(불법과 합법 여부가 모호한 영역)'에 방치)돼 투자자들이 떠나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기업들이 잇따라 가상화폐 사업 투자에 나서며 가상화폐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이 비트코인 수탁업체 비트고(BitGo)를 비롯한 가상화폐(암호화폐) 관련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사모 금융 지원서비스 업체인 피치북에 따르면 2018년 비트고의 기업가치는 1억7000만달러로 평가됐다. 2013년 설립된 비트고는 전자지갑과 함께 암호화폐 저장용 오프라인 금고 서비스 등 사업을 하고 있다.

페이팔은 우선 미국 계정 소유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 뒤 내년 상반기에는 해외 이용자들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페이팔 지갑 안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면 일종의 거래소 역할도 하게 되는 셈이다. 페이팔은 이를 위해 뉴욕주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 면허도 획득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1559만8000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만3810.02달러(약 1568만원)에 거래됐다. 조만간 1600만원대 거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가상화폐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특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가상자산 제도화가 이뤄지려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진흥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