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노동계에 기울어진 힘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이 ILO 핵심협약 취지와 전혀 맞지 않은 ‘노동개악’이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법안 개정 반발 이유는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 등 세 가지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더라도 국내 법에 저촉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려는 것이다.ILO 핵심협약은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핵심 국제규범으로 ▲결사의 자유(87·98호) ▲강제노동금지(29·105호) ▲아동노동금지(138·182호) ▲균등대우(100·111호)를 지칭한다. 한국은 2010년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ILO 핵심협약 비준을 2019년 4월까지 완료하기로 약속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견이 큰 데다 노조법 개정도 쉽지 않아 시일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EU가 무역제재를 시행하려 하자 정부는 법개정과 비준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하고 노조법 개정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노조법 개정 정부안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담긴 몇 가지 조항이 상대에게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3년 연장 ▲생산 및 주요업무 시설 점거하는 쟁의행위 금지 ▲종업원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여부를 단체협약으로 결정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될 경우 노조법 43조를 통해 금지하고 있는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가입요건을 완화해 결사의 자유를 높였다면 사측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대항권을 줘야 노·사간 힘의 균형이 맞다는 이유에서다.
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가입자격을 기업의 종업원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을 단위로 대체근로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만약 실업자나 해고자 등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대체근로도 이에 맞춰 더욱 넓게 허용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규정은 1997년 노사관계 선진화 차원에서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노·사관계의 균형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를 삭제하면 노·사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그동안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력과 발전을 원점으로 되돌리게 된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노동계 전력투쟁 예고
특히 해당 규정 삭제는 ILO 협약 제98조 제2호의 규정과 상치될 우려가 있다. 제2항은 근로자단체에 대한 사용자의 재정상 원조를 간섭행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조에 대한 간섭행위로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 역사와 상황에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현행 노조법이 오히려 ILO 핵심협약에 부합한다”고 말했다.반면 노동계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나 생산 및 주요업무 시설 점거하는 쟁의행위 금지 등의 규정을 넣는 것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는 노동자가 시설을 점거해 파업을 진행할 경우 생산 차질을 빚게 된다는 재계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은 ‘전부 또는 일부’ 점거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업장이 아니면 공터에서 파업을 하라는 것인가”라며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이 3년으로 연장되는 점도 반발을 키우는 요소다. 통상 단위노조 위원장의 임기가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중 단체교섭 한 번 못하는 위원장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외에 ILO가 개선을 권고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결성 권리 및 하청·간접고용노동자가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를 비롯해 소수노조 교섭권 보장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노동계는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총력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6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노조활동을 할 권리의 보장과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타임오프 문제 개선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제도개선 투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며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조법 개정에 대한 정부 입법안이 나왔고 분명한 개악으로 규정지었지만 당이나 국회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노조법 개악을 저지할 수 있도록 산별 및 지역본부가 하나로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