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604호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올해 은행권은 최악의 금융사기라는 오명을 쓴 사모펀드 사태에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펀드 판매사로 내부통제 부실과 불완전 판매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불완전판매 논란을 빚은 은행권은 올해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으로 또 한번 최고경영자(CEO)가 징계대상에 오르는 제재를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라임·옵티머스 1분기 제재심… 징계 가능성

내년에는 소비자들을 애태웠던 각종 사모펀드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제재가 본격 추진된다. 라임펀드는 수익률 조작·돌려막기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1조6000억원대 펀드가 환매 중단된 사태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할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사모사채 투자·횡령에 투자금을 소진해 5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자초했다. 각각 독일·미국·이탈리아 등 역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도미노 부실을 피하지 못한 독일 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에도 불완전 판매 의혹이 제기됐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은 총 8개사다. 은행별로 라임펀드의 판매 규모는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순이다. ▲부산은행 527억원 ▲경남은행 276억원 ▲NH농협은행 89억원 ▲IBK기업은행 72억원 ▲KDB산업은행 37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사(신한금투·하나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기업은행·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하나은행) 판매사들에 제재도 함께 이뤄진다.

은행 제재심 시기가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는 전·현직 은행장들 연임의 변수가 될지도 주목된다.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해당 CEO는 연임이 제한되고, 3~5년 간 금융권에 취업도 할 수 없다. 앞서 먼저 진행된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에선 심의 대상에 오른 CEO 6명 중 4명이 중징계(문책경고, 직무정지)를, 2명이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12년 만에 키코 배상, 보상 물꼬 트이나

올해 은행권은 12년간 이어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키코 기업 보상에 나서 하나은행, 대구은행, KDB산업은행 등 은행권으로 키코 보상 결정이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사진=머니투데이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내릴 것에 대비해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 키코공대위에 따르면키코 상품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본 손해는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우리·신한·하나·대구·씨티·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게 최대 41%를 배상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은행별 권고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금융당국 '배당축소' 권고… 저평가 우려 

고배당주로 꼽히던 은행주 주가는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힘없이 고꾸라졌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을 자제하도록 권고해 은행주가 저평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4대 금융지주의 주가상승률은 하나금융(6.5%), 신한지주(4.0%), 우리금융(1.7%), KB금융(0.4%)으로 코스피 상승률인 7.2%에 못미친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은 각 6.0%와 5.7%였고 KB금융 4.6%, 신한지주 4.3% 순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실탄을 최대한 아껴두자는 취지에서 금융지주 배당 자제를 주문해 배당수익률이 줄어들 전망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은행권 배당성향은 15~25% 수준에서 조율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맥락에서 은행권이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6.1%에서 5.2%로 0.9%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우리금융(5.5%→4.5%), KB금융(5.1%→4.3%), 신한지주(5.1%→4.5%)의 예상배당수익률도 하향했다.

백두산 한투증권 연구원은 "은행 배당수익률은 지난해와 유사할 것으로 봤지만 최근 감독당국의 자제 권고로 배당 성향이 20~22%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5.1~6.2%에서 4.3~5.3%로 낮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