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수조원대 재정정책을 꺼내들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했고 은행권은 이자마진이 뚝 떨어져 전통적 이익수단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저금리에 '영끌', '빚투'로 늘어난 대출자산은 은행에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11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대출은 내년 3월 만료돼 은행권의 부실폭탄으로 터질 위기다.
금융당국이 내년 3월로 끝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채무상환 유예 조치를 사실상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신축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초저금리 시대, 한은 '양적완화' 선언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대비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 금융시장은 한번도 가지 않은 길,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열었다.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한 적이 있다.
한은은 내년에도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번 겨울을 넘어서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면 내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가 아니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출 110조원… 순이자마진 1.40% 최저
저금리에 예대마진이 줄어든 은행권은 먹거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 3분기까지 기록한 순이자마진(NIM)은 1.40%로 지난해(1.56%)보다 1.16%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시작한 금융권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이자 상환 유예 금액은 110조원에 달한다. 당초 9월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내년 3월로 한 차례 연장해 잠재부실의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자본력 빅테크, 금융업 주도권 경쟁
빅테크(대형 ICT회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전통 금융업을 하는 은행과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간편결제 및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업에 뛰어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은 현재 여수신, 투자업(투자자문, 일임업 등)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은행권을 위협하고 있다.지난 6월 말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각각 43조8000억원, 23조4000억원이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국내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 43조8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금융권 주요 수장들이 빅테크와의 경쟁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재연임 확정 직후 위기의식을 드러낸 게 대표적이다. 윤 회장은 "업종간 경계를 넘어 특히 빅테크와 여러 디지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빅테크 경쟁에서 중요한 건 누가 고객 혜택을 더 강화하냐의 싸움인데 거기서 KB를 비롯해 전통 금융회사가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라임·옵티머스 1분기 제재심… 징계 가능성
내년에는 소비자들을 애태웠던 각종 사모펀드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제재가 본격 추진된다. 라임펀드는 수익률 조작·돌려막기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1조6000억원대 펀드가 환매 중단된 사태다.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할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사모사채 투자·횡령에 투자금을 소진해 5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자초했다. 각각 독일·미국·이탈리아 등 역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도미노 부실을 피하지 못한 독일 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에도 불완전 판매 의혹이 제기됐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은 총 8개사다. 은행별로 라임펀드의 판매 규모는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순이다. ▲부산은행 527억원 ▲경남은행 276억원 ▲NH농협은행 89억원 ▲IBK기업은행 72억원 ▲KDB산업은행 37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12년 만에 키코 배상, 보상 물꼬 트이나
올해 은행권은 12년간 이어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키코 기업 보상에 나서 하나은행, 대구은행, KDB산업은행 등 은행권으로 키코 보상 결정이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내릴 것에 대비해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 키코공대위에 따르면키코 상품으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본 손해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 '배당축소' 권고… 저평가 우려
고배당주로 꼽히던 은행주 주가는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힘없이 고꾸라졌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을 자제하도록 권고해 은행주가 저평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4대 금융지주의 주가상승률은 하나금융(6.5%), 신한지주(4.0%), 우리금융(1.7%), KB금융(0.4%)으로 코스피 상승률인 7.2%에 못미친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은 각 6.0%와 5.7%였고 KB금융 4.6%, 신한지주 4.3% 순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실탄을 최대한 아껴두자는 취지에서 금융지주 배당 자제를 주문해 배당수익률이 줄어들 전망이다.
동갑내기 은행장 연임… 악조건 속 실적 선방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은행권의 CEO(최고경영자) 자리는 굳건했다. 코로나에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은행권이 올해 CEO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달 11일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허 행장의 3연임을 확정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했고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1조8824억원을 달성했다. 라이벌인 신한은행(1조7650억원)을 제치며 '리딩뱅크'를 수성했다.
몸집 줄이기 가속화… 1월까지 78곳 폐점
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의 신축년 경영키워드는 '리스크 관리'다. 빅테크와 코로나19 리스크에 수익악화가 예상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코로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를 위해 연말·연초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번 달과 다음 달에 폐쇄하기로 예고한 점포수는 78곳이다.
국민은행이 지난 18일 22개 점포 영업을 종료했다. 다음달 22일 추가로 20개 점포 문을 닫는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로 19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했다.
희망퇴직 칼바람… 디지털 전환에 체질개선
디지털금융 전환에 발 맞춰 인력구조도 개편한다. 은행들은 예년보다 더 과감한 조건을 제시하면 직원들의 명예퇴직(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명예퇴직 신청 직원군도 기존 임금피크제 해당자뿐 아니라 40대 대리·과장급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노사 합의를 거쳐 지난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예년과 같이 만 54세(1966년생)와 만 55세(1954년생) 전 직원이다. 특히 올해는 소속장급이면서 만 53세(1967년생) 이하인 직원과 만 49세(1971년생) 이상 관리자급 직원, 만 46세(1974년생) 이상 책임자급 직원도 대상에 포함됐다.
ESG 경영이 뭐길래… 중장기 로드맵 본격화
KB금융은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ESG경영을 추진한다. KB금융의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은 'KB 그린웨이(GREEN WAY) 2030'이다. 2030년까지 KB금융 탄소배출량을 지난 2017년 대비 25% 감축하는 동시에 현재 20조원 규모의 ESG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