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양자물리학의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양자얽힘은 고전 물리학에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얽힘 상태의 입자들은 공간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연결된 것처럼 행동한다. 서로 보이지 않지만 독립적일 수 없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을 초연결사회라고 한다. 일상생활에 정보 혁명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들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돼 있는 사회를 말한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진화로 사람과 사물의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이어진 사회라는 얘기다. 양자얽힘과 초연결사회는 겉으로 보면 독립체 같지만 들여다보면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부동산시장도 양자얽힘으로 풀어낼 수 있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존재하는 한 부동산시장이라는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나 자신이 세입자이든, 아니면 유주택자이든 말이다.
가령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중과세는 다주택자에게만 미치는 세금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어떠한 방식으로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바로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메랑이다. 이는 이미 많은 선행 연구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2020년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세입자들은 주거권이 한층 강화됐다. 세입자들은 그동안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지만 새 제도 시행 이후 4년까지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됐다. 계약 2년이 지나면 종전 임대료에 5%만 올려주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어 임대료 부담도 줄었다.
분명 임대차 3법은 세입자에겐 유리하고 집주인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재계약에 나서면서 전세 유통매물이 줄었다. 전세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전셋값이 많게는 2배나 올랐다. 2년이 지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은 전세를 구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집주인들은 처음에는 울상을 지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니 임대차 3법의 피해자가 아니라 수혜자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동산 시장 시스템은 서로 되먹임을 통해 움직이기에 일방적이라는 개념은 통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속되면 자신이 수혜자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피해자도 될 수 있다. 모든 행위엔 그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수반되는 법이다. 그래서 당위적인 차원에서 한쪽만 유리하게 정책을 펴는 것은 처음에는 환호를 얻을 수도 있으나 세월이 흐르면 그 취지가 희석된다.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당위성이나 규범에 치우쳐 정책을 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굳이 양자얽힘을 들지 않더라도 경제는 끊임없이 꿈틀대는 유기체라는 생각을 한다면 경제정책은 조화와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