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커지는 최태원 존재감… 대한상의, '재계 맏형' 굳히나
②절치부심 전경련, 정경유착 주홍글씨 지울까
③달라진 경총·무협… 위상 확대 묘수는
④"대기업만 있냐"… 목소리 높이는 중견련·중기중앙회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경제단체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역할 확대를 통해 새 정부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도 각각 손경식 회장과 구자열 회장 체제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경총은 노사 전문 단체를 넘어 종합 경제 단체로의 도약, 무역협회는 관료 그늘을 벗어나 수출기업 대표단체 정체성 회복에 추동력을 싣는 모양새다.
경총, 종합경제단체로 도약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대외활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4월 말 미국 워싱턴과 뉴욕 등을 방문해 미국국제비즈니스협의회, 헤리티지재단 관계자와 잇따라 회동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대미 네트워크를 다지고 한미 경제협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손 회장은 미국 방문 기간 중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만나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에게 아주 좋은 정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담긴 발언이다.경총은 현재 ▲주52시간제 근무제 손질 등 근로시간 유연화 ▲업종별 차등적용 등 최저임금 개편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6대 분야 30개 정책과제 제안서에도 노동법제 선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핵심 개선 사안으로 담겨있다. 1970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분리, 독립해 50년 넘게 노사 전문 단체로서 입지를 다져온 만큼 해당 분야의 과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앞으로는 역할도 더욱 확대한다. 경총은 손 회장 체제를 시작한 2018년 이후 노사 문제에 치중됐던 역할을 경제현안 전반으로 확대해 종합경제단체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추진해왔다. 2020년 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는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진전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우리 경제의 틀을 개편하는 종합경제단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올해는 손 회장의 재연임으로 3기 체제를 출범하면서 반기업 정서 해소와 친노동 입법 개선 활동을 본격화한다. 손 회장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국회와의 정책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경련과의 통합작업이 추진될 지도 관건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부터 공공연하게 전경련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태 후 위상이 추락한 전경련을 통합해 경총의 입지를 넓히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경총이 지난 5년간 경제단체장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단체가 두 개씩 있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전경련과의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무역협회, 민간 출신 회장 체제서 위상 강화
한국무역협회도 지난해 15년 만에 민간기업 출신 총수를 회장으로 선임하며 위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자열 회장은 LS그룹 회장 출신으로 지난해 31대 무역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무협은 1999~2006년 재임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 관료 출신이 회장직을 맡아 왔다. 이로 인해 수출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임에도 민감한 경제정책에 업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민간 출신 구 회장 취임으로 수출기업에 필요한 대표성과 함께 소통창구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인천, 부산 등 물류 중심지를 비롯해 전국을 순회하며 간담회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쇼크로 인한 물류 애로, 운임비 급등, 선박 부족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함이다.
구 회장은 현장에서 청취한 애로를 취합해 정부에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그 결과 ▲비즈니스 목적 해외 출장이 잦은 기업인 대상 백신 우선 접종 ▲공급망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마련 ▲물류비 문제 해결 ▲주요 항로에 대한 선박 투입 ▲수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의 조치를 이끌어냈다.
또한 삼성물산, 넥센타이어, 동화그룹 등 대기업을 회장단으로 새로 영입하며 단체의 위상도 한층 강화했다. 올해 윤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경제단체 가운데 무역협회를 가장 먼저 방문한 것도 무협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 3월31일 무역협회를 찾아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과 경제 성장의 정부, 그리고 청년에게 충분한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역협회는 올해 급변하는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해 무역구조 혁신과 회원사 경쟁력 제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구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 디지털·환경·노동 등 신 통상규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기업의 통상마찰 대응을 밀착 지원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정부와 업계 사이의 가교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