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모아진다.
연준이 향후에도 추가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그동안 한은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강조해온만큼 이달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0.75~1.00% 로 0.50%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올린 것은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도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시사했지만 한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앞으로 몇달 동안 FOMC가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 있다"며 "다음 두차례 회의(6~7월 FOMC) 테이블에서 0.5%포인트 추가 인상안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0.75%포인트 인상은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 역전과 물가 상승 의식해 인상하나
이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금융권에선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히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는 한풀 꺾이는 분위기지만 연준이 지속적으로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졌다.당초 한은은 지난 4월14일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달엔 한차례 숨을 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지난달 21일 취임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통위원들와 통화정책결정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기까지 고려하면 이달은 건너뛰고 올 7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다음달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연이은 빅스텝 전망에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간 금리 격차가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5%포인트에 그친다.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올려도 미국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1.25~1.50%로 올리면 기준금리 격차는 단번에 0.25%포인트로 줄어든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7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올리면 미국(1.75~2.0%)과 한국(2.0%)의 기준금리가 같아진다.
올 하반기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현실화하면 원화가치 하락과 외국이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물가 상승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안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미국 역시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한국 역시 꾸준히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달엔 숨고르고 7월 인상 전망도 나와
하지만 일각에선 한은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고 오는 7월 14일 금통위에선 1.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글로벌연구실 연구위원은 "한은은 그동안 금리인상(총 1%포인트)의 파급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 등에 따른 경기하방 위험을 감안해 5월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을 유지하고 7월에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을 실기한 미 연준에 비해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고 가계대출도 4개월 연속 감소했기 때문에 두달 연속 금리를 올리기보다 점진적 인상 기조를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5월 금통위 직전인 오는 24일 발표될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경우 물가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이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물가 상승에 대한 주관적 전망이지만 실제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경제지표로 꼽힌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임금 인상 부담으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인플레이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2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2.9%)보다 0.2%포인트 오른 3.1%였다. 이는 2013년 4월(3.1%) 이후 9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2월 2.0%를 기록한 후 15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달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1월 1조3634억원, 2월 1조7522억원, 3월 2조7436억원, 4월 8020억원 감소했다. 올들어 4개월동안 5대 은행에서만 가계대출이 6조6612억원 줄어든 셈이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미 연준은 6월 FOMC(6월 14~15일)에서도 0.5%포인트(금리 상단 1.00%→1.50%) 추가 인상할 전망"이라며 "미국의 견조한 고용 회복세를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기한 연준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