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엔 참으로 숙제가 많았다. 숙제를 틈틈이 미리 해두면 마감일이 다가와도 초조함이 없었다. 그러나 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 밤을 새우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 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지난달 31일 개설된 한국은행 블로그에 '5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배경'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은 문구를 적었다.
홍 국장은 금리인상 배경으로 물가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점을 꼽았다. 홍 국장은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다"며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크게 높아져 지난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5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지난 2012년 10월(3.3%) 이후 최고치인 3.3%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물가 오름세 확대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게 홍 국장의 분석이다.
특히 그는 "미 연준은 지난 5월에 이어 6월과 7월에도 정책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빠른 정책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추가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수요 압력 증대를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3.1%)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홍 국장은 국내경제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금리인상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도 각각 봉쇄조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급차질 등으로 글로벌 재화 시장에서 초과수요 상황이 여전한 만큼 전반적인 수출 흐름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홍 국장은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가계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106.5%(2021년말 기준)로 OECD 37개중 4번째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이며 주택 매수심리와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가 3월 이후 반등하는 등 주택 수요 및 가격상승 기대도 여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 연준 등 주요국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신흥시장국의 취약요인이 외국인 자본유출 등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취약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최근의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둔화 추세가 기조적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대외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