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760조 시장 잡아라"… 요동치는 반도체 지형도
②반도체 육성 힘 싣는 이재용… 사면론 탄력
③메모리 삼킨 K-반도체, 비메모리 공략 닻 올렸다
④"기술·인력 보호하라" 반도체업계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촉발된 공급망 대란을 계기로 글로벌 주요국가와 기업들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자국으로 옮기기 위한 전략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대만, 일본도 천문학적인 투자로 제조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수 백 조 규모 투자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앞세워 종합 반도체 강국 건설에 추동력을 싣고 있다.

쑥쑥 크는 반도체 시장… 패권전쟁 격화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5559억달러(688조원)에서 올해 6135억달러(716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설 투자 또한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1904억달러(241조원2558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이유는 글로벌 주요국가와 기업들이 반도체 수급 문제를 겪으면서 공급망 재편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요국의 산업 생산시설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자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장기적인 수요 감소를 예상하고 생산을 줄였다. 하지만 예상외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비대면 활성화에 따른 정보통신(IT)부문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느라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지연돼 아직 까지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 되고 있다. 여기에 2020~2021년 사이 대만의 가뭄에 따른 산업용수 공급 부족, 미국 기상 이변, 일본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반도체 생산시설 가동 중단 등이 겹치며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 됐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 공급난은 자동차·가전 생산 차질 등 다른 산업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주요국가가 반도체산업 지원정책과 지원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자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을 확보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올해 2월 520억달러(65조원) 규모의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제조 설비·장비 투자에 대해 최대 25%의 세액공제도 제공한다. 중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자국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과 국가 차원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제조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첨단산업을 위주로 리쇼어링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며 반도체 보조금 및 연구개발(R&D) 프로그램 등의 국내 반도체산업 강화 정책을 수립했다. 일본도 5000억엔(5조원) 규모의 공급망 안보 기금을 통해 해외 반도체 기업 생산시설의 자국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 경쟁 시동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인텔은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주에 총 400억달러(50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고 독일에도 향후 10년간 950억달러(118조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54억달러가 투자되는 이스라엘 반도체기업 '타워 세미컨닥터' 인수도 추진 중이다.

대만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1000억달러(124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6곳을 짓는다.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22~28나노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인도 정부와 뉴델리에 7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 키옥시아도 수 십 조원의 투자로 생산능력 확충에 나선다. 키옥시아는 1조원을 들인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을 지난 4월 완공한 데 이어 추가로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일본 북부 이와테현에 새 낸드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글로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한국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10년간 17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며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한다. 최근엔 미래 먹거리에 450조원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00조원이 반도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758억원을 들여 키파운드리를 인수한 데 이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엔 SK그룹 차원에서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 부문에 14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투자 대상이다.

정부도 기업의 투자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뒤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