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성동구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K씨는 지난 3월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 수술비 걱정을 하지 않았던 K씨. 수술 후 K씨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K씨가 제출한 의료기록을 보험사가 의료자문 한 결과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K씨가 보험사 측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이유를 묻자 보험사 담당자는 최근 필수 조건으로 추가된 세극등현미경 검사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 조건이 강화되면서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건수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의료자문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보험사들이 실시한 안과 의료자문 건수는 4312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한 해 동안 시행한 안과 의료자문 건수가 1970건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엔 4개월 동안 지난해 전체 건수의 2.2배에 달하는 의료자문 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각 보험사로부터 CPC(금감원·금융사 간 자료 제출 시스템)을 통해 안과 의료자문건수를 전달 받고 이를 이정문 의원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이 강화되며 의료자문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이 증가한 건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 청구가 올해 들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 10곳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하루 평균 청구금액은 지난해 41억원 수준에서 지난 3월에는 110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최근 5년을 봐도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액 상승세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 수준이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2020년 648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의료자문 행위를 남발하지 말 것을 경고해 둔 상태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나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다. 보험금 지급 판단이 애매할 경우 보험사들이 활용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11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 관련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실손보험 담당 임원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중순엔 의료자문 남용 방지 관련 공문도 발송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병의원과 브로커, 잘못된 선택을 한 보험 계약자들의 일탈로 인해 결과적으로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 고객들과 보험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더 부각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입자와 금감원, 보험사 입장이 각기 달라 혼선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실손보험금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