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5조원+a'를 투입해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민생안정대책을 시행키로 하면서 대출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금융위가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해 저신용 청년의 이자를 30~50%를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을 통해 90일 이상 연체한 자영업 차주에 대출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준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실히 빚을 갚은 이들은 뭐가 되나', '투자는 본인 책임인데 왜 세금으로 보호해주나' 등의 지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현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다 보니 '투자 손실'이라는 말이 들어갔다"며 "언론을 통해 표현을 살펴보니 모럴해저드 이슈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겠다"고 해명했다.
5대 은행 미뤄준 원금·이자 170조원 넘어… 부실채권 우려
기업 대출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은 '은행 자율적으로 차주의 90∼95%에 만기·상환유예를 추가 연장해 주라'는 정부의 지침에 은행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은행권은 2020년 초부터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자 지원 종료 시점이 6개월씩 네 차례나 연장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이달 14일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68조5323억원에 이른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157조3489억원(69만5344건)으로 집계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10조8812억원(2만8075건)도 받지 않고 미뤄줬고(원금상환 유예), 같은 기간 이자 3022억원(5924건)도 유예됐다.
게다가 이자 유예액은 3022억원 뿐이지만, 한은이 집계한 올해 5월 기업의 평균 대출 금리(연 3.60%)를 적용하면 이 이자 뒤에는 약 3조3578억원(3022억원/0.036/2.5년)의 대출 원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현재 5대 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171조8901억원(168조5323억+3조3578억원)에 이르는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포괄적으로 90∼95%를 재연장해주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이자를 못 내는 기업들의 부실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기업은 긴급 조치가 필요한데 이자 유예로 '연명치료'만 해도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