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1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내년부터 주택 수에 따른 종부세 차등 과세를 공시가격 기준으로 바꿨다. 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0.5~2.7% 세율을 적용하고 최고 6.0%였던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폐지된다. /사진=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진보 경제학계 브레인으로 꼽히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 대해 "졸책"이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직장인 평균 절세 효과는 수십만원에 불과한 반면에 다주택자 자산가에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 혜택을 준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명백하게 드러났지만 그동안 일어난 주택가격 폭등의 숨은 일등공신은 국민의힘 당"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율을 최고 6.0% 수준으로 올렸는데 왜 다주택자들이 꿈쩍도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이 구도가 앞으로 몇십년 계속된다는 예상이 있으면 그 무거운 세금을 감수할 수 있었을까"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 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금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종부세를 크게 낮춰주겠다'는 말로 다주택자의 환심을 샀다"며 "다주택자들은 한 두 해만 버티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고 따라서 보유세 중과는 아무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내년부터 주택 수에 따른 종부세 차등 과세를 공시가격 기준으로 바꿨다. 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0.5~2.7% 세율을 적용한다. 최고 6.0%였던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폐지된다. 종부세 기본 공제액은 다주택자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주택자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아진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9월 국회에 제출돼 처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이 부동산정책의 실패라는 데는 거의 이의가 없는 것같이 보인다. 역대 정부 중 단기간에 그렇게 빨리 주택가격이 급등한 전례가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공급 확대는 장기적 과제며 단기적인 주택가격 급등은 투기수요가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 상황은 변화가 없는데 최근 주택가격 급등세가 멈칫한 게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기세를 보이면서 투기수요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과만 놓고 보는 사람들은 세금으로 투기수요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지만 세금 중과만이 투기를 잡는 유일한 해법"이라면서 "주택투자 비용은 구입가격에 금리, 세금 부담을 더한 것과 같다. 자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라도 금리에 해당하는 기회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투자의 편익은 판매가격에 임대료 수입을 더한 것과 같다"면서 "주택 투기를 막으려면 기대 수익을 줄이는 것인 관건인데 금리와 세금만이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다. 금리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관리되고 있어 쉽사리 손댈 수 없기 때문에 세금만이 유일한 정책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세제개편안으로 직장인이 연평균 83만원의 세금절감 혜택을 보게 되는 반면 부유층 다주택자는 몇천만원 몇억원에 이르는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얼토당토않은 부자감세가 사회에 과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시장이 완전한 안정 기조를 찾지 못한 상황에 다시 상승세로 바뀔 수 있다"면서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주택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 투기적 수요는 잠들지 않을 것이고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는 결코 버려선 안 되는 핵심적인 정책수단"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