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NH농협은행 호찌민사무소장/사진=박슬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김중관 KB국민은행 호찌민지점장 "베트남 기업금융 개척자, '짬마짝' 자세로 전진"
② 권용규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장 "젠지세대 겨냥한 디지털금융 통했다"
③ 주진규 하나은행 호찌민지점장 "올해 영업익 1000만달러 육박… 탈중국화에 베트남, 여전히 매력적"
④ 이상윤 NH농협은행 호찌민사무소장 "지점 전환 속도, K-농협금융 전파"
⑤ 양지영 금감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팀장 "외국계 금융사, 국내 진입 제약 풀려면 정부 지원 필수"
⑥ 파나마에 은행, 괌·하와이에 손해보험사가 있네

이남의 기자
호찌민(베트남)=박슬기 기자
"올해 호찌민 사무소는 지점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지점이 문을 열면 베트남 북남부 전역의 기업금융 비중을 늘려 농협은행만의 농업금융을 확대할 것이다."

8월24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에서 만난 이상윤 소장의 얼굴에는 기대감을 넘어선 비장함이 엿보였다. 노트르담 성당 뒤쪽 레주언 거리에서 가장 큰 건물, 다이아몬드플라자에 위치한 사무소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활기찬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 스킨십… 지점 전환 기대감

호찌민 사무소는 2018년 농협은행이 베트남에 두 번째 문을 연 현지 채널이다. 농업금융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는 상업금융과 농업금융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특화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는 호찌민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베트남 대사를 접견하고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베트남을 신남방 진출 국가의 중심으로 삼는 등 해외 진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월10일 김평태 글로벌사업부장이 하노이에서 베트남중앙은행(SBV)의 부총재와 면담하며 호찌민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상윤 사무소장 "베트남은 공산당 1당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로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며 "농협은행은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하노이 지점의 성과에 힘입어 호찌민 지점 전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농협은행은 베트남에서 최대 지점망을 보유한 국영은행인 농업농촌개발 은행(아그리뱅크)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상호 자금지원, 거래 기업 소개 등 디지털금융과 농업 금융 분야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 지점과의 연계 여신도 적극적이다. 최근 사무소는 호찌민 인근에 있는 효성의 베트남 현지법인(효성비나케이컬)의 생산시설 구축에 지원하기 위한 신디케이트론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같은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빌려주는 '집단 대출'이다. 사무소는 지점 전환 후 적극적인 업에 나서기 위해 신디케이트론 등 기업금융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이 소장은 "호찌민 사무소가 한국계 베트남 은행으로 입지를 키우려면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 지원을 넘어 베트남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전략적 동반자인 아그리 뱅크의 현지 기업심사 등 노하우를 공유해 현지 기업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ESG경영, 환하게 웃는 '째앰'

베트남은 한국형 스마트팜이 세워지는 등 'K-농업' 열풍이 불고 있다. 농협은행은 베트남협동조합 연맹과 협력사업을 진행하며 한라봉, 인삼, 포도, 멜론 등 농작물 재배 방법에 K-농업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K-농업의 인기에 힘입어 농협 금융의 친근한 이미지도 구축했다. 지난 4월 호찌민 사무소는 하노이 지점과 NH투자증권 베트남법인과 함께 인근 초등학교에 컴퓨터, 학용품 등 학습에 필요한 물품을 기부하며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행보에 나섰다.

베트남은 20~40대 초반의 젊은 노동력과 1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디지털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은행 계좌가 없는 인구가 전체의 70%에 달하고 신용카드 보급률은 2%에 불과할 만큼 금융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 소장은 "K-농업 브랜드가 베트남에서 신뢰의 배경이 되고 디지털뱅킹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농협 금융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던 베트남 어린이(째앰)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앞으로 베트남 경제성장에 일조하는 농협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농협은행 하노이 지점처럼 사무소의 건전성 관리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 하노이 지점의 대출자산은 1974억원으로 '연체율 제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소장은 "베트남은 빚을 지면 꼭 갚는 문화가 형성돼 연체율 관리가 용이하다"면서도 "소매금융 대출은 오토바이 구매에서 고가의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구입으로 할부 품목이 다변화하고 있으며 기업금융도 비즈니스 영역이 확대돼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둔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회에서 금융권은 여전히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이다. 이 소장은 친절한 농협 금융서비스가 베트남의 굳건한 금융 장벽을 깨고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장은 "한류 열풍에 따라 국내 은행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고객 중심의 친절한 농협 금융서비스가 선진금융을 전파할 수 있는 대표 K-금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