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 규제 추진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대형마트 족쇄' 풀리나 했더니, 말짱 도루묵?
② 대형마트 월 2회 쉰다고 전통시장 가나
③ 대형마트 의무휴업, 전통시장 살리기에 도움 됐을까


10년 만에 대형마트 규제 폐지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월 2회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최근 들어서다.


지난 7월20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톱10'을 발표했다. 온라인 국민투표를 거쳐 상위 3개 우수제안을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한다는 계획이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관련 후속조치를 국민에게 보고한다고 약속했다.

국민제안에는 ▲반려동물 물림사고 시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무제한 대중교통을 탑승할 수 있는 'K-교통패스' 도입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 바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다. 해당 안건은 투표 종료일인 7월31일까지 57만여개의 '좋아요'를 얻으며 안건 중 찬성표 1위를 차지했다.

많은 국민이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며 규제 개선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이은 암초를 만났다. 대통령실이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로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었던 2차 규제심판회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에 대해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규제 완화가 무산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의무휴업 언제, 왜 생겼나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부./사진=뉴스1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다. 2012년 4월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은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로 정했다. 영업을 하는 날에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규정 위반으로 적발되면 1차 적발 시 1000만원, 2차는 2000만원, 3차 이상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 이유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해서였다. 당시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2010년에는 전통시장 500m 이내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출점하지 못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다. 2011년에는 전통시장 1㎞ 내에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한 차례 더 개정되면서 규제가 강화됐다.


규제혁신 1호부터 흔들리나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하나인 서울 경동시장의 모습./사진=머니투데이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크고 작은 논쟁 속에 10년간 이어졌다. 의무휴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전통시장 상인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거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규제혁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뛸 수 있도록 방해되는 제도를 제거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진정한 혁신은 자유와 창의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옥죄는 규제의 혁신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규제혁신 1호'로 떠오른 것이 대형마트 규제 완화다. 하지만 1호부터 좌초 위기에 빠진 것은 이해관계자 설득에 실패하며 지지율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보이자 소상공인 단체 등은 집단 반발에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마지노선"이라며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의 중심인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대·중·소 기업의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상생발전은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필요하면 소상공인 지원책 등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매우 신중하게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정부의 '보여주기식' 상생협력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하며 출점을 이어 나가는 것 등이다.

규제혁신 1호 안건부터 흔들리면서 앞으로의 규제 완화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의 반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단계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