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이 시공사 선정 입찰을 앞두고 일부 건설업체들 간 비방 등 불공정경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하는 '공공재개발 1호' 서울 동작구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이하 '흑석2구역')이 오는 5일 2차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을 앞두고 일부 건설업체들 간 상호 비방과 음해 등 불공정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가 예상되는 대형 건설업체 소속 직원이 조합원 권한을 가진 주민대표회의 주민에게 식사와 선물 등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하지만 해당 업체와 주민대표회의는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며 경쟁 업체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입찰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흑석2구역 주민 일부는 시공능력평가 6위(이하 2022년 기준) 대우건설 소속 홍보기획사 직원들이 토지 등 소유자에게 식사와 금품을 제공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대우건설 홍보기획사 직원 A씨는 올 3월 12일에 흑석2구역 토지 등 소유자에게 식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A씨가 토지 등 소유자들과 식사 후 식사비를 결제했다며 시행사인 SH공사에 신고했다. 같은 달 16일과 19일에 같은 회사 소속 직원 B씨와 C씨도 토지 등 소유자에게 금액 미상의 선물을 제공하고 경기도 한 카페에서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나 외주업체 직원이 조합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사항이다. 사업비 수천억 또는 수조원에 달하는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대형 건설업체들이 상호 비방과 음해를 하는 등 불공정경쟁이 심화되며 정부는 외주업체 직원의 불법 홍보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을 며칠 안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해 경찰 수사마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시공사 선정 입찰 2차 설명회에 참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A건설의 입찰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며 또다시 시공사들 간 과열경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해당 건설업체 관계자는 "입찰 참여 여부는 미정이고 사업 전략상 공개가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이 회사는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 등 강남 일대 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억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벌금 700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이관 받은 서울 동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외부 기관의 고발을 접수 받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게 맞다"면서 "다만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부분은 알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대우건설과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도 사실을 부인했다.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이진식 위원장은 "주민대표회의가 불법 홍보를 신고했다는 보도와 의혹이 제기돼 직접 조사를 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은 주민대표회의와 식사한 것은 사실이나, 개별 결제를 했다고 입장을 전해왔다"고 해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입찰 마감을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업체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흔히 쓰는 흑막전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지가 중요한 수주 경쟁에서 입찰 마감을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사실에 대해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흑석2구역은 서초구와 인접한 데다 대중교통은 물론 학군이 발달해 '준강남권'으로 분류된다. 재개발 이후 미래가치가 있는 만큼 사업 수익성이 높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1차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 6월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 2차 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을 포함해 시평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DL이앤씨(3위)·포스코건설(4위)도 참석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