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1) "플레이어가 심판 보겠다"… 분양보증 문 두드린 주택업체 의도는?
(2) 계약자 재산권 보호 '공적 영역'… 정부 "공공성 약화 우려"
(3) 제3의 경제위기 경고음… 분양보증 개방 타이밍 적절한가
대한주택건설협회(이하 '주건협')가 지난해 7월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각각 개정, '주택건설공제조합'(가칭)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부의 반대와 정치권을 통한 입법 추진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업체들이 출자하는 형태의 민간 조합 설립에 대해 리스크 관리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리스크 관리 면에서 볼 때 조합 출자자인 주택업체(회원사)와 분양보증 심사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회원사가 과도한 보증을 요구하더라도 조합이 이를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공적 영역인 분양보증 업무가 자칫 이익단체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원의 출자자금으로 조성되는 경우엔 사적 자치 영역이 되는데 분양 계약자의 재산을 보호해주는 공적 기능을 어떻게 담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분양보증 업무가 일반 소비자인 계약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공적 영역임에도 중소·중견 주택업체로 구성된 주건협이 민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시장 개방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보증료 낮춰도 분양가 인하 어려워"
현재 분양보증 업무를 독점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사업자의 신용등급별로 최소 0.138%에서 최대 0.469% 보증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지비·건축비 대비 보증료율을 적용해 1000억원 사업일 경우 보증료가 1억~4억원대 수준이다. 건설업체들은 보증료를 분양가에 포함시켜 분양가 산정에 반영한다.주택업계가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쟁 체제에 따른 보증료 하락과 이를 통한 분양가 인하 효과다. 하지만 주택업체 이익만을 놓고 보면 비용이 줄어들 수 있지만 분양가 수익도 함께 감소해 이 같은 업계의 주장은 모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업체 이익 측면에선 상승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분양가 인하 기대가 더욱 낮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민간기업 입장에선 분양보증시장 개방이 '분양가 규제 약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HUG는 그동안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된 사업장의 분양보증서 발급을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규제해왔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분양가 규제로 기업 이익을 침해하고 시세와의 격차로 인해 '로또 청약' 등의 사회 문제를 양산한 배경은 HUG가 분양보증 업무와 분양가 승인 심사의 독점적인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관료가 민간 조합 설립 주도
국토교통부 산하단체인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대한주택보증(현 HUG)의 공동출연으로 만들어진 주택산업연구원이 민간 주택사업공제조합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국토부 장관을 지낸 추병직 이사장과 함께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에 이어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원장 출신인 서종대 대표가 현재 의사결정을 맡아 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주택산업연구원은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위한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서종대 대표는 건교부의 주택정책 등 중요 직책을 수행한 전직 고위 관료로서 민간 연구기관장의 위치에서 국토부와 충돌하는 양상마저 빚게 돼 적정성 논란이 있다. 서 대표는 2017년 2월 감정원장 재직 당시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임기 종료를 불과 이틀 남겨두고 해임된 인물이다. 이후 그는 감정원장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각각 1·2심에서 패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보증 수수료 경쟁 체제는 정부의 민간 활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하고 방향성도 이해되지만 중소·중견 주택업체의 이익단체인 주건협과 연구원이 수익성을 위해 운영할 경우 자칫 계약자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보증한도 제한 등 다양한 대안을 갖고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HUG 관계자는 "현재 분양보증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전세 보증료 할인 등 공적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민간업체가 분양보증 상품을 운용하면 수익이 주주에 귀속돼 공공성이 약화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