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14년 만에 주담대 금리 8%시대… 5억 빌렸는데 이자만 6억 늘어
② 신한·우리, 벌써 4.5%… 5대 은행 예금에 올해만 100조원 몰렸다
③ 비교만해도 금리 1%p 차이… '토스 vs 카카오 vs 핀다'


#. "다른 특판 노려볼 곳 없을까요. 이번에도 실패네요"


직장인 김지수(가명·31)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예금상품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로 재미를 봤지만 최근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시대'가 열리면서 '배신하지 않는 건 결국 예·적금뿐'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발 빠른 '금리 노마드족'들의 '광클'(미친듯이 클릭)에 김씨가 마주하는 건 완판 문구뿐. 말로만 듣던 예금 오픈런(판매 전부터 기다렸다가 구매)을 실감 중이다. 김씨는 "금리 0.1%가 소중한 요즘"이라며 "오프라인 특판을 위해 원정가입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예·적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에선 연 4.5%의 이자를 얹어주는 예금상품이 등장했고 이에 질세라 저축은행들도 수신금리 경쟁에 뛰어들며 예금 평균금리가 4%대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예·적금 금리 인상에 따른 '머니 무브' 현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증시 탈출한 개미들, 은행으로 간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760조50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30조6838억원 급증한 수치로 올 초와 비교해선 100조원가량 늘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적금으로 흘러갔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10월7일 기준 49조3041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예탁금이 40조원대로 떨어진 건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위험자산이 매력을 잃는 사이 은행 예금금리는 상승곡선을 탔다. 지난 9월 말 한은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98%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역시 수신금리 경쟁에 한창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만기) 평균금리는 지난 10월8일 연 4%로 집계됐다. 올 1월1일에만 해도 2.37%였지만 3월 말 2.51%, 6월 말 3.07%로 3%를 넘어선 뒤 9월 말 3.86%, 10월 초 4%대에 안착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4%대로 올라선 건 2012년 8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고금리 상품 노려볼까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얹어주는 예금은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으로 최고 연 4.6%의 금리가 제공된다. 우리·신한은행 상품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은행의 'WON(원)플러스예금'은 최고 연 4.52%의 금리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최고 연 4.5%를 제공한다.

저축은행 중에선 KB저축은행 'KB e-plus(이-플러스) 정기예금'이 최고 연 이자 4.8%다. 웰컴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0.4%포인트 올라 연 최고 4.45%다. DB저축은행 역시 비대면 전용 'M-정기예금'의 금리를 0.31%포인트 인상하면서 최고 연 4.51%의 이자 혜택을 제공 중이다.

두 자릿수 금리의 적금도 나왔다. 광주은행은 최고 연 13.2% 금리를 제공하는 '행운적금'을 출시했고 신협중앙회는 최고 금리 10.0%인 적금상품을 현대카드와 연계해 선보였다.

웰컴저축은행은 최고 연 10% 금리의 '웰뱅워킹적금'을 내놓았는데 계약 기간 집계된 걸음 수에 따라 최고 연 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 주는 게 특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예·적금 수요가 늘고 있다"며 "여기에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이달 사상 두 번째 빅스텝을 밟은 만큼 수신금리 인상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Tip] 연이자 10%라더니 고금리 특판의 비밀
고금리 특판이 눈길을 끌고 있지만 모두가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건 물론 천운이 따라줘야 쏠쏠한 이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다만 낮은 기본금리에 조건 충족 시 우대금리가 얹어지는 식이어서 은행이 내세운 고금리는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려 13.2%의 금리로 눈길을 끈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기본금리 3.20%에 우대금리로 연 10.0%가 얹어진다. 우대금리는 추첨을 통해 제공된다. 광주은행이 가입자들에게 매주 월요일 6개 임의 숫자 조합으로 이뤄진 행운번호를 배정한 뒤 금요일 추첨 후 당첨된 고객에게 금리를 얹어 주는 식이다. 로또 추첨처럼 숫자에 이자의 운명이 걸린 셈이다.

신협이 현대카드와 내놓은 10% 적금은 카드 이용실적을 충족해야 한다. 기본금리는 연 3.5%로 신협 제휴 현대카드 발급 후 발급 월의 다음 달부터 연속 6개월 동안 매월 10만원 이상 이용해야만 우대금리 6.0%가 제공된다. 여기에 현대카드를 처음 이용하거나 비회원상태인 가입자에 한해 금리를 추가로 얹어줘 현대카드를 꾸준히 이용했던 고객들은 아무리 충성고객이어도 이자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워킹적금'은 기본금리는 연 1% 수준이다. 여기에 계약기간 동안 집계된 걸음 수에 따라 추가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연 10% 금리를 위해선 매일 1만5000보 이상을 걸어야 해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깐깐한 조건과 별개로 예·적금에 붙는 이자소득세(15.4%)를 떼면 사실상 실익이 적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고 연 4.6%의 금리가 붙는 '코드K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1년간 예금하면 세전이자는 46만원, 이자과세(세전이자에 일반과세를 곱한 것)는 7만840원으로 세후 수령액은 1038만9160원이다. 실질 연 이자율로 따지면 3.89%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