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4000여명 회원을 거느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개업 중개사의 협회 가입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며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을 대표로 하는 한국프롭테크포럼과 전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프롭테크 규제 목적" vs "무질서한 중개 행위 정화"
(2) "밀리면 죽는다"… 공인중개사협회-프롭테크업계 '생존 경쟁'
(3) 공인중개사협회, 단일 법적단체 행정권 법제화 추진


1998년 정부의 사업자단체 개혁을 계기로 폐지된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의무가입제도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공인중개사협회')에 의해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는 공인중개사협회의 전신 격인 법정단체로 2006년 명칭을 바꿨다.

11만4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공인중개사협회는 개업 중개사의 협회 가입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며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을 대표로 하는 '한국프롭테크포럼'과 2차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해 6월 직방이 공인중개사 창업 컨설팅 서비스인 '온택트 파트너스' 비전을 발표하자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를 직방의 중개업 진출로 규정, 강도 높은 비판과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 같은 상황은 정치권의 개입으로 1년여 만에 바뀌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업 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직방을 비롯한 프롭테크 기업들이 혁신을 규제하는 '제2의 타다' 사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기존 시장을 지배하던 사업자들과 플랫폼 간 이익 충돌이란 점에서 제2의 타다 사태와 유사한 밥그릇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당사자인 공인중개사협회와 법안을 발의한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성남분당을)은 타다 사태의 경우 차량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법의 예외 규정을 제한해 직접 규제가 가능했던 반면 공인중개사법은 플랫폼을 규제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우려라고 일축하고 있다.

타다 사태는 차량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제한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타다 금지법'으로 불렸다. 직방 등은 개정법안이 시행될 경우 공인중개사협회가 플랫폼을 직접 규제할 수는 없더라도 행정권한을 이용해 플랫폼에 유리한 영업활동을 하는 회원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년 만에 '2차전'

지난해 직방이 서비스 출시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온택트 파트너스는 공인중개사는 물론 이사·청소·인테리어·수리 등 부동산에 관련된 다양한 업체와 전문가가 직방을 통해 소비자와 연결되는 파트너십 모델이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는 직방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중개업 진출을 선언한 것으로 보고 반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직방이 미개업 공인중개사의 창업 비용을 지원하고 컨설팅하는 부분 때문이었다.


직방은 미개업 공인중개사가 전체 자격사의 76%(38만1000명)에 달하는 가운데 청년 창업과 교육에 서비스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를 소상공인 침해와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했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이 된 직방과 자영업자인 공인중개사가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직방은 온택트 파트너스의 경우 오프라인 사무소를 열지 않아도 온라인 영업을 할 수 있어 서로 다른 수요가 있고 협회의 반대가 혁신 성장을 방해한다고 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온택트 파트너스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협회가 개업 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 의무화를 추진, 다시 직방과 충돌한 것이다.

직방은 개업 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협회 가입보다 협회가 회원사 조사권한, 형사고발 등 행정권을 갖게 되는 것 자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생긴 원인은 실제로 과거에 협회가 '반값 보수'를 실시한 다윈중개 등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고 온라인 플랫폼과 소송하는 회원사에 최대 500만원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공인중개사협회가 소속 공인중개사들에게 협회 자체 운영 앱인 '한방'만을 사용하도록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복수 협회 설립 불가?

하지만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는 소속 회원들의 요청에 의한 조치였을 뿐 불공정경쟁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부동산거래가 복잡하고 위험해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불법 행위를 하는 회원사나 무자격자에 대한 형사고발 권한 등을 가져 자정 노력을 하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50여만 자격증 보유자 가운데 11만9000명이 개업했고 지난해 등록된 실거래가 중 회원사 신고가 60%, 직거래가 40%다. 협회는 직거래 40% 가운데 5%만 실제 직거래로 보고 있다. 나머지 35%는 부동산 컨설팅 등 무자격 부동산업체라는 게 협회의 추산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런 유형의 불법 거래가 사기나 자격 대여 등의 원인이 되는데 아파트 등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기획부동산, 토지 거래 등이 많다"면서 "지자체가 단속해야 함에도 실행되기 힘든 이유는 행정력과 예산 부족 문제로 협회가 조사권한을 부여받을 경우 형사고발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협회 단일화를 위해 지난 10월20일 회원 1000명을 보유한 사단법인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합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새 법안은 개업 공인중개사의 가입 의무가 있는 협회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복수 협회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복수의 협회가 추가로 설립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친목회 성격일 뿐 법정단체가 될 수는 없고 행정권한이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