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레고랜드 사태를 우려해 유동성을 공급키로 하면서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돈맥경화' 우려에 채권시장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지만 그동안 고삐를 죄던 긴축정책에 엇박자 정책을 펼칠 수 있어서다.
24일 정부는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알파(α)' 규모로 확대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정부가 시공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하고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에 대한 자금 공급도 확대한다.
한국은행도 금융회사에 대출할 때 담보로 잡는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국채 외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한은의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가 포함되면 은행은 이미 보유 중인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채권시장 교란 없이 채안펀드에 돈을 댈 수 있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관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은은 국채·통화안정화증권·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을 담보(적격담보증권)로 은행에 대출을 제공하는 데 여기에 은행채를 포함해달라는 게 은행의 요청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채를 발행해 시중의 유동성을 덜 빨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금융안정특별대책이다. 금융안정특별대출은 증권사를 포함한 보험사, 은행 등 금융사가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한은에서 돈을 빌리(대출)는 제도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5월 도입됐다가 지난해 2월 종료됐다.
금융안정특별대출은 한은이 대출을 통해서 유동성을 늘린다는 점에서 기존 통화정책 방향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방안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면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하게 유동성을 지원할 경우 영국처럼 정책 엇박자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