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8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자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가운데, 증시 활황에 따른 수수료 확대 등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금융지주들은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며 주주환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7조9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 증가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룹별로는 KB금융이 5조8430억원으로 가장 큰 이익을 냈고, 증가율도 15.1%로 높았다. 신한지주는 4조9716억원으로 11% 이상 성장했으며, 하나금융지주도 4조29억원으로 7%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우리금융지주은 3조1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부동산 LTV(담보인정비율) 담합 과징금 515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고 실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있었다. 4대 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2조756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6% 이상 증가했다. 주식시장 회복에 따라 거래·판매 수수료가 늘고, 자본시장 및 WM(자산관리) 부문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다. 반면, 이자이익은 42조9000억원대에 머물며 증가율이 2%대에 그쳤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성장세가 제한됐지만, 감소로 전환되지는 않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한층 강화됐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되는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확대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정책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 모두 배당을 줄이지 않는 감액배당을 결정하며 제도 요건을 충족했다.
4대 금융은 모두 배당 성향을 끌어올리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확대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일제히 충족, 금융지주 전반의 주주환원율은 50% 수준까지 높아졌다.
지주별로 보면 우리금융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조1500억원 수준의 주주환원을 실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당 760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으며, 자사주 매입·소각도 전년 대비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2026년에도 분기 균등배당 기조를 유지하며 현금배당 확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26년 분기별 배당금은 주당 740원으로 결정됐고, 연간 배당 총액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2026년 1차 주주환원 재원으로 총 2조8200억원을 제시했다. 현금배당에 1조6200억원, 자사주 매입에 1조2000억원을 각각 집행할 예정으로, 단일 회차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하나금융도 2026년 상반기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가로 추진한다.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000억원씩 분할 집행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금융지주들이 실적 개선과 정책 환경 변화에 맞춰 주주환원 기조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올해 배당 확대가 고배당기업 세제 혜택 요건을 맞추기 위한 일시적 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 전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통적으로 ELS·LTV 관련 과징금, ERP(전사적 자원 관리), 통상임금 범위 확대, 배드뱅크 출연금 등 여러 일회성 비용들이 발생했으나 본업 체력은 예상을 상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