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은 수분과 만나 열을 내고 물의 어는점을 낮춰 눈을 녹이는 '제설제'다. 발열 작용을 통해 결빙된 표면을 풀어주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생긴 염수는 다시 얼어붙는 것을 방지한다. 하얀 알갱이를 도로에 뿌리는 것만으로도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어서 겨울철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 효과만큼 부작용도 크다. 겨울철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염화칼슘은 분명 유용한 수단이지만 사용이 과도해질수록 해마다 반복되는 도로의 포트홀과 균열을 피할 수 없다. 눈이 다 녹은 뒤엔 오히려 미끄러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남은 가루는 공기 중에 떠다니며 사람들의 호흡기 안전을 위협한다. 당장의 눈길 사고를 막기 위해 뿌린 염화칼슘이 장기적으로 더 큰 유지·보수 비용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최근 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 논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 사고와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핀셋 규제'라는 모호한 대책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특정 부분에 집중하며 문제 재발을 막자는 취지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생각보다 크다.

가상자산거래소(ATS)의 대주주 지분 제한이 대표적이다. 거래소가 공공 성격을 지닌 만큼 대주주 영향력이 시세 조종이나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그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지분을 많이 보유한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지분을 이용해 어떤 행위를 했느냐 핵심이다. 그런데도 규제는 행위보다 소유 구조를 먼저 제한한다.

최근 발생한 빗썸의 이른바 '유령코인' 사태로 불리는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이런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해당 사고 자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다만 이 사건은 '규제를 얼마나 더 강화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현재의 규제가 사고 원인을 정확히 겨냥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남긴 점이 중요하다.


가상자산 업계는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위헌을 주장한다. 기업인들은 높은 실패 확률을 감수하고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회사를 키우며 기업 가치와 지분 가치로 돌아온 보상을 받는다. 정책이 성장의 상한선을 정해버리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든다. 혁신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보상 구조'가 흔들리면 그 기반을 굳이 국내에 둘 이유가 없어진다. 게다가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전통 금융산업에서도 대주주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은 데다 플랫폼, 바이오, 게임 등의 업권도 초기 성장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 집중은 흔한 일이었다.

최근 가상자산업계를 향한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기반을 약화하고 시장을 더 관리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밀어낼 가능성도 존재한다. 염화칼슘이 도로를 망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세한 가루가 되어 사람들의 호흡기까지 위협하듯 과도한 규제는 산업의 표면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태계까지 손상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규제는 그 강도보다 설계 구조가 중요한 만큼 행위 규제를 명확히 하고 사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 성숙도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고 규제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점검하는 사후 평가 시스템도 필요하다. 염화칼슘 사용량을 관리하고 대체 수단을 고민하듯 규제 역시 기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신산업은 낮은 위험성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눈 예보에 무턱대고 염화칼슘을 뿌려댈 게 아니라 어디에, 언제, 왜 뿌릴 것인가를 살펴야 하는 것처럼 가상자산 규제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해야 할 때다. 규제는 미끄럼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는 규제가 기업 혁신의 숨통까지 조여버리는 역설이 발생해선 안 된다.

박찬규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