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 컷오프(공천배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사진=뉴스1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돌연 사퇴했다가 6·3 지방선거 공천 전권을 부여받고 복귀하면서 영남권 중진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직을 놓고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현 충북도지사를 이번 공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결정은 정치 변화의 문제"라며 "이 결단은 충북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래 정치를 향한 공천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 대한 경선 방식 결정 시기를 묻는 질문에 "가급적 빨리 공천을 완료해 후보들이 (현장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 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공천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이 위원장을 직접 찾아 '공천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약속하며 복귀를 설득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당에 전기충격과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며 공관위원장 직무에 복귀했다.


이 위원장이 앞서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공관위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부산시장 경선을 두고 이 위원장은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며 영남권 중진 의원 컷오프 방안을 제안했지만, 공관위 내부에서 반발이 극심했다.

대구시장 경선을 두고 이 위원장은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국민의힘 의원을 컷오프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 경우 초선인 최은석 의원(국민의힘·대구 동구군위군갑)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사실상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이 위원장이 복귀 조건으로 공천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은 만큼 이 위원장의 칼끝이 또다시 대구시장 경선을 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컷오프는 지지율이 너무 낮다든지 객관적인 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 전 총리가 과거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3%를 얻었다"며 "우리가 지리멸렬해 내분이 발생하고 경쟁력 없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그것은 민주당 시장을 만들어 주려는 해당 행위"라고 이 위원장을 직격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 영남권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아 공천 컷오프 결정의 근거를 요구할 수 있다"며 "컷오프와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장례식장에서 김 전 총리가 상주 역할을 한 이후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 출마를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공식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구시장 선거에 김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이 어려운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험지인 대구 수성구갑에서 당선된 바 있다.

신율 정치평론가는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50%가량 된다. 지방선거는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중요한데, 그것만 봐도 국민의힘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대구시장 영남권 중진 의원 컷오프가 공천 혁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하면 지지율이 상당히 나오겠지만, 대구시장에서 국민의힘을 꺾기는 어렵다"며 "혁신이라면 대구에서 당 기득권의 반대편에 있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사실상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밀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