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하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변수로 부상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금리 인하에 나서기보다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17∼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표결 결과는 12명 중 11명이 동결에 찬성했고, 스티븐 마이런 이사만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회의에서 인하를 주장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동결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반대 의견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연준은 실업률 관련 표현을 '최근 안정되는 시그널'에서 '몇 개월간 큰 변화가 없다'는 문구로 수정했다. 중동 사태 전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고 봤다.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는 대외 리스크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끌어올린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전망은 경제 성과에 달려있으므로 경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안정과 경기 흐름에서 추가 진전이 확인되지 않는 한 섣부른 완화로 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같은 연준의 신중한 기조는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연 2.50%로, 한·미 금리차와 환율, 물가 여건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4월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7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 변수는 한국 경제에 더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 상승이 물가와 경상수지, 성장률에 동시에 압박을 줄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한은의 정책 대응 여지는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대외 불확실성 관리에 무게를 두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거나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은 역시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보다 당분간 숨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관세 전쟁과 중동발 불확실성으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을 우려했다"며 "오는 6월 FOMC까지는 전쟁 영향권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가 높다는 점에서 연준 금리인하 기본 시나리오를 기존 6월, 9월 인하에서 9월, 12월 인하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확인된 3월 FOMC 결과는 한국 채권시장에 부정적 재료"라며 "고유가의 충격은 미국보다 한국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로, 한은의 통화정책 역시 매파적 기조가 재부각될 여지가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우려가 높아졌다고 판단되며, 연준 FOMC 결과는 이러한 전망을 보다 강화할 재료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