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사회와 고립된 '은둔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취업 실패가 반복되고 대인관계가 단절되면서 일상에서 이탈하는 청년 문제는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국가 과제다.
12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임신과 출산, 장애의 사유를 제외하고 집에만 머무는 청년(19~34세)은 53만786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서울시 조사에선 서울 청년의 4.5%에 해당하는 약 13만명이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단순 미취업 상태를 뜻하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와는 달리 인간관계가 붕괴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고립 은둔 청년 온溫(ON)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책을 '사후 지원'에서 '발생 예방'으로 전환했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가족과 사회로 다시 연결되도록 2030년까지 총 1090억원을 투입해 91만3000명을 지원한다.
부모 교육에 아이가 움직인다…심리상담 지원 확대
청년이 은둔에 빠진 주요 원인은 '취업 문제'다. 취업 실패가 반복되면 자신감이 무너지고 사람과 관계가 단절되어 '쉬었음→고립→은둔'으로 이어진다.이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 비용은 적지 않다. 은둔 청년으로 인한 연간 사회 비용은 약 5조2870억원, 1인당 약 983만원으로 추산된다. 전담 지원사업 비용은 1인당 약 342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청년사업에 조기 개입할 때 비용 대비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고립·은둔 징후가 있는 아동·청소년을 일찍이 발굴해야 한다. 서울시 고립예방센터와 가족센터(25개소)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고립·은둔 검사와 부모 상담을 지원한다.
부모 교육은 지난해 약 2300명에서 올해 2만5000명(온라인 2만명, 오프라인 5000명)으로 10배 이상 늘린다.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인 '행복동행학교'는 부모와 자녀간 관계 회복을 돕는 '가족동행캠프'를 신설한다. 내달 3일부터 모집하는 '고립·은둔 청년 지킴이 양성 교육'은 고립·은둔 청년의 부모와 가족이 자녀의 상태를 이해하고 회복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지킴이 양성 교육에 참여한 부모들의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는 8%포인트 향상됐다. 자녀와의 소통 수준은 7%포인트 향상됐다. 참여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77점을 기록했다.
참여 부모들은 "아이가 게으르고 문제 있는 존재라고 봤는데 오해를 풀었다", "부모도 틀릴 수 있는 점을 깨닫고 대화 방식이 달라졌다", "말이 없던 아이가 먼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등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은 "부모의 이해가 깊어질 때 자녀의 닫힌 방문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실습형 교육과 전문 상담, 온라인 교육을 확대해 더 많은 청년이 가족의 지지 속에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추진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현재 4개소에서 내년 9개소로 확대 운영한다. 고립·은둔 청년의 부모와 형제자매를 지원하는 '리빙랩'(Lab)도 도입한다. 올해 100가족을 대상으로 가족 캠프, 힐링 프로그램 등을 시범운영 후 확대할 계획이다.
심리 안정과 정서 치유를 돕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전담 의료센터도 신설한다. '외.없.서'(외로움 없는 서울) 대표사업 '서울 마음편의점'의 청년특화 버전 '청년 마음편의점' 5곳을 대학·학원가 등에 개소한다. 365일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외로움 안녕 120'은 청소년 지도사 등 자격증과 경력을 보유한 상담사를 채용해 지원한다. AI(인공지능) 기반 정신건강 상담 챗봇 '마음e' 서비스도 확대한다.
청년 취업사관학교·기지개센터 문 두드리세요
서울시는 3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6-2030)을 통해 청년들이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취업 사다리를 놓는다. AI 실무형 인재 양성소인 '청년 취업사관학교', 1대1 재무 상담과 금융교육을 지원하는 '서울 영테크',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돕는 '서울 청년 기지개센터' 등을 운영한다.청년 취업사관학교는 지난해 소프트웨어·디지털 전환 교육과정을 AI 기반으로 개편해 현재까지 3303명의 AI 혁신 인재를 배출했다. 취업률은 2024년 76.1%에서 지난해 77.0%로 올랐다. 참여자의 만족도도 같은 기간 91.3%에서 92.7%로 상승했다. 2030년까지 AI 인재 3만명 이상, 취업률 80~90% 달성이 목표다.
청년 주거지원사업에는 '부동산 중개보수·이사비 지원사업'을 확대해 주거비 부담을 덜어준다. 지난해 총 9579명에게 1인당 평균 33만3000원의 중개보수와 이사비를 지원했다. 재무 상담과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서울 영테크는 2년 이상 참여자를 분석한 결과, 순자산과 총자산이 처음 상담 대비 각각 44.8%, 39.1%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서울시는 올해를 '청년성장 특별시 원년'으로 선포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사후 지원→선제 투자, 복지 중심→성장 중심으로 전환한다. 청년의 자기 주도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기획관은 "방 안의 청년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게 하기 위해 매력적인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책을 통해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