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사 해약환급금 규모와 보험계약대출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며 보험업계가 서민급전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게시된 모습. /사진=뉴스1

금융소비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보험을 깨고 목돈을 마련하거나 계약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급전을 마련하기 위한 '생계형 해약'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를 투자자금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생명보험업계 전체의 누적 해약환급금 규모는 11조8965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3099억원) 대비 27.8% 늘었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가입자가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다. 보험은 대표적인 장기상품인 만큼 통상 해약환급금 증가는 소비자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흐름은 대형 생보사일수록 두드러진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개 대형 생보사의 올 1분기 해약환급금은 총 4조898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4조2104억원)보다 16.3%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올 1분기 2조82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늘며 전체 해약환급금 증가세를 이끌었다.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 규모는 2023년 1분기 이후 다소 줄어들고 있었지만 올해 초 다시 반등했다.

저축성보험은 다양한 보험상품 중에서도 목돈 마련의 성격이 강하다. 최근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은행권 대출 심사 강화와 가계자금 수요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실제 현장에선 보험 해약환급금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보험사의 해지환급금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늘자 빗장 걸어 잠근다…"생계형·투자목적 자금 수요↑"

기존의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자금을 마련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보험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13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4% 늘었다. 이 기간 보험계약대출이 약 6000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가 소유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자금을 빌리는 상품이다. 별도의 담보가 필요하지 않고 심사 절차가 간편해 통상 서민급전창구로 불린다. 보험계약대출 전체 계좌의 약 70% 이상이 500만원 미만으로 형성돼 있다.

보험계약대출 수요가 늘자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삼성화재는 다음달부터 ▲무배당 삼성 수퍼(Super) 보험 ▲무배당 건강보험 퍼스트클래스 ▲무배당 삼성 올라이프 Super 보험 등 10종의 보험계약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한도 도달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상품 취급을 중단한 것이다.

일각에선 주식 시세 차익을 노린 '빚투족'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보험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이 늘고 보험계약대출 수요가 확대되는 건 생계형 자금과 투자 목적 자금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증시 훈풍에 따른 '머니무브' 현상이 은행, 상호금융을 넘어 보험업권에서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