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불이행 등으로 계좌가 압류되더라도 월 250만원까지는 생활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생계비통장'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제도 시행 이후 시중은행과 지방·국책은행이 먼저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가세했다. 금융권에서는 생계비통장이 단순 수신상품을 넘어 과잉 추심과 생계비 압류 문제를 완화하는 포용금융 장치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계비통장은 압류 상황에서도 채무자의 최소 생활비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압류방지 계좌다. 민사집행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압류금지 생계비 한도는 기존 월 185만원에서 월 250만원으로 상향됐다. 물가와 최저임금 상승 등 변화한 경제 상황을 반영해 채무자의 최소 생계 기반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생계비통장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에서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1인당 1개만 개설할 수 있다.
생계비통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강조한 제도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 "신용불량자가 되면 통장 개설을 못 하고, 통장 개설을 못 하면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을 길이 없어 사실상 경제활동 영역 밖으로 퇴출당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생계비 수준의 1개 통장에 대해서는 압류를 할 수 없게 하면 일상적인 경제활동은 최소한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상품 출시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이 먼저 생계비통장 상품을 선보인 이후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가입 수요도 적지 않다. 채무 불이행으로 금융거래가 위축된 이들뿐 아니라 계좌 압류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전국민 생계비통장' 누적 개설 계좌 수가 출시 10일 만에 5만좌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생계비통장이 포용금융의 체감도를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도 1개월 생계비에 해당하는 예금은 압류가 금지됐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각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전체 예금 현황을 알 수 없어 일단 압류가 이뤄진 뒤 해당 예금채권이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법원에 압류금지채권 범위 변경을 신청한 건수는 총 2만14건에 달했다. 기존 압류방지계좌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돼 일반 채무자가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전 국민이 모든 금융기관을 통틀어 1개의 생계비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계좌에 예치된 예금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민사집행법을 개정했다. 갑작스러운 압류로 생계 기반이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계비통장은 채무자의 최소 생활비를 지켜주는 안전판에 가깝다"며 "계좌 압류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막히는 일을 줄이고,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